부인은 이혼을 원하고 남편은 반대하는 사안에서, 1심과 2심은 이혼청구를 기각했으나 대법원에서 이를 파기하였습니다. 뚜렷하게 귀책사유가 증명되지 아니하였어도,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쉽사리 이를 배척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1므15480 판결)
목차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의 의미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이를 판단할 때에는 다음 요소들을 고려합니다.
- 혼인 계속의사의 유무
-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
- 혼인생활의 기간
- 자녀의 유무
- 당사자의 연령
- 이혼 후의 생활보장 등
사실관계
- 원고와 피고는 2004. 1. 10.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이고, 미성년 딸 있음
- 피고는 2013. 3.경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 후 필리핀, 태국 등지에서 해외 사업을 추진하였다가 사업 실패 후인 2014. 4.경 다른 회사에 입사하여 근무
- 원고는 2011. 6. 27. ‘비뇨생식관의 헤르페스바이러스감염’, 2012. 9. 16. ‘외음 및 질의 칸디다증’ 각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음
- 그 기간이 피고의 해외 체류기간과 겹침
- 원고가 첫 번째 진단 직전 유산하고 두 번째 진단 직후 사건본인 2를 임신하는 등의 이유로 원고는 피고 때문에 성병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
- 피고는 해외 사업을 추진하던 기간을 전후로 하여 2011년부터 이 사건 소제기 전까지 필리핀과 태국을 자주 드나들었고, 상당 기간 해외에 머무름
- 2011년 13회 101일, 2012년 11회 69일, 2013년 7회 229일, 2014년 6회 44일, 2015년 14회 85일, 2016년 17회 112일, 2017년 10회 145일
- 위 횟수와 기간은 피고가 해외사업을 추진하던 2013년을 제외하고도 지나치게 많음
- 피고는 원고에게 해외 체류 사유 및 사업진행 상황에 관하여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음
- 피고는 위와 같이 해외 체류를 빈번하게 하면서도 2013. 3.경 이후 생활비를 거의 지급하지 않았다. 2015년에는 200만 원, 2016년에는 1,760만 원, 2017년에는 100만 원 정도를 지급
- 원고는 위 기간 동안 홀로 사건본인들의 양육비와 생활비를 책임지면서 가사와 육아 및 직장생활을 병행
- 피고는 사업과 관계없이 필리핀으로 골프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음
- 2013. 3. 30. 출국 후 2013. 7. 30. 귀국
- 2013. 8. 8. 출국 2013. 10. 1. 귀국
- 둘째 자녀를 출산한 2013. 7. 18. 전후로도 원고 및 자녀들과 있지 않음
- 원고는 위 문제로 피고에게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음
- 원고는 이 사건 소제기 이전 피고에게 가족을 위하여 함께 생활할 것을 요청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 요청에도 피고의 태도가 바뀌지 않자 이 사건 소제기 이후 피고와의 혼인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밝히고, 원심 계속 중인 2020. 8. 27. 사건본인들을 데리고 집을 나와 현재까지 피고와 별거하고 있음
- 이후 피고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하여 원고에게 원고와의 혼인관계 유지를 위하여 노력하겠으니 용서하여 달라고 부탁하였을 뿐, 그 밖의 노력을 한 사정은 보이지 않음
원심판단(1심=2심 동일, 이혼청구 기각)
- 원고가 2011년경과 2012년경 성병에 걸린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피고가 부정행위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성병에 걸려 원고에게 전염되었다는 사실까지 인정하기는 어려움 : 외도 인정 안됨
- 부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한 때에는 위 사유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음
- 피고가 2013년 사업을 위해 필리핀으로 출국하였으나 사업의 진척을 보지 못하였고 그 과정에서 약 1년간 원고에게 생활비 등을 지급하지 못하였으나 그 기간을 제외하고 피고는 꾸준히 회사에 다니면서 원고 및 사건본인들과 동거 : 악의 유기 인정 안됨
- 아래 이유로 아직 파탄이라고 볼 수 없음
- 원고는 혼인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이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을 매우 자제
- 이로 인해 피고가 원고의 불만을 정확히 인식하여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가 부족
- 이제라도 피고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피력
- 원고와 피고에게 미성년자인 사건본인들 있음
- 원고와 피고가 재판중에도 동거
대법원이 혼인 파탄이라고 본 근거
성병 및 그 치료에 대하여
- 비록 피고의 부정한 행위가 증명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시 원고의 건강 및 가정상황에 비추어 보면 위 사정은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의 바탕이 되는 신뢰가 훼손될 수 있는 사정에 해당
- 현재까지도 그 사정이 혼인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음
피고의 해외 체류에 대하여
- 피고는 해외 사업을 추진하기 전부터 잦은 출국으로 해외에 체류한 기간이 길었음
- 피고가 추진하던 사업을 접고 다시 회사에 입사한 이후로도 지속
- 피고로부터 해외 사업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듣지 못한 원고로서는 피고를 신뢰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임
- 피고의 잦은 해외 체류가 해외 사업을 위하여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인정할 자료가 부족
- 해외 사업과 무관한 골프여행 등의 외유도 포함된 것으로 보임
- 해외 체류 사유에 관한 심리를 통하여 피고가 가정을 소홀히 하면서까지 장기간 해외에 체류한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음
동거, 부양 협조의무에 대하여
- 부부의 동거 · 부양 및 협조의무는 부부관계가 정신적 · 육체적 · 경제적 협동체라는 점에서 나오는 본질적인 의무
- 부모가 자녀에 대하여 가지는 양육을 포함한 친권은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이므로, 부부가 자녀를 갖게 되면 함께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의무가 있음
- 친권자 및 양육자로서의 부모의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는 단순히 비용을 부담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최선의 복리를 위한 실질적 보호 · 교양의무를 의미하는 것
- 부부는 협의에 따라 분담된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하여야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를 이행한 것
- 부부 중 어느 일방이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다른 일방이 전적으로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혼인생활에서의 양성평등의 원칙 및 자녀의 복리의 관점에서 허용될 수 없음
- 이 사건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생활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가정을 소홀히 한 탓으로 원고는 홀로 생활비를 책임지면서 사건본인들에 대한 육아와 가사 및 직장생활을 하여야만 했음
- 그 반면 피고는 장기간 가정을 등한시 하면서 경제적인 지원이나 사건본인들에 대한 보호, 양육 등의 공동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음
- 피고의 행위가 악의의 유기가 아니더라도, 부모의 의무인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것에 해당
- 이러한 사정은 원고로 하여금 피고에 대한 신뢰를 갖지 못하게 하고 지속적으로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
- 피고는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였는데도 원고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음
- 원고는 이 사건 소제기 이후 현재까지 피고와의 이혼을 일관되게 원하고 있음
- 제1심에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자 사건본인들과 함께 거주지에서 이사하여 피고와의 별거를 선택, 왕래가 없음
(위 이유로 원심에서 피고의 해외체류, 원고 및 자녀에 대한 방치, 피고가 노력한 내용 등에 대하여 제대로 심리하지 아니하였다고 했는데, 사실상 혼인파탄이 맞다고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