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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 후 잠적
남성은 국제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소개를 받고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서류를 보내주었고 상대는 결혼비자를 발급받았다고 하는데, 해당 여성은 연락을 받지 않거나 심한 경우에는 금전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외국인 배우자의 잠적 또는 사기로 인하여 결혼 생활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배우자를 찾으려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수가 많습니다. 이 경우 가능한 빨리 법률적 조력을 받고 혼인 상태를 해소하는 편이 낫습니다.
혼인신고를 하였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남성은 유부남이 되었지만 온전한 가정을 꾸리지 못한 채 혼자 지내게 됩니다. 이혼 절차를 진행하려고 해도 상대방이 나타나지 않으니 별 도리가 없어 시간만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혼인 취소와 관련해서는 기간도 중요합니다.
혼인 무효 소송
외국인과 이혼을 결심하면서, 혼인 무효 소송을 먼저 고려하고 추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외국인 배우자가 혼인 신고라는 제도를 의도적으로 악용한 경우라면 민법 제815조 ‘당사자 간의 혼인 합의가 없는때’에 해당하게 됩니다. 혼인을 빙자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한 뒤 단기간 내 잠적하는 경우, 혼인의 의사가 없는 것은 아닌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어느나라 법으로
외국에서 혼인신고를 한 뒤 이를 기초로 대한민국에서 혼인 신고를 한 경우, 어느 나라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대한민국 법원에서 대한민국 법으로 재판받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7므1224 판결)
혼인 무효 사유
민법에서 인정하는 혼인 무효 사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 혼인에 대한 합의가 없었던 때
- 직계인척관계가 있거나 있었던 때
-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었던 때
- 8촌 이내 혈족인 때
외국인 배우자와의 혼인 무효는 모두 혼인에 대한 합의가 없었던 때를 근거로 합니다. 다만 법원은 이에 대하여 아주 협소하게 보고 있습니다. 아래는 그 사례입니다.
단기간내 가출한다고 하여 무조건 무효는 아니야
혼인 무효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합니다. 단지, 입국 후 단기간 내 가출했다고 하여 바로 혼인 무효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는 대한민국 입국 후 약 두 달 만에 가출한 사안에 대하여 법원이 한 판단입니다.
베트남 국적의 여성인 피고가 진정한 혼인의사를 가지고 결혼하여 입국하였더라도 상호 애정과 신뢰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어 장벽이나 문화적인 부적응, 배우자와 성격 차이 등으로 단기간에 혼인관계의 지속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고…
혼인 무효는 처음부터(=혼인신고 할 당시부터) 혼인의사가 없는 것이고, 이는 ‘살아보니 안되겠다’(=혼인신고 후 의사 변경 혹은 포기)는 것과 분명히 분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혼인신고 뒤에 동거한 기간이 단기간이라고 하여, 이를 혼인신고 전 의사를 추정하는데 함부로 근거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위 판결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외국법에 따라 혼인신고 한 경우는 무효 인정 어려워
최근 원심법원에서 혼인 무효를 인정한 사안에 대해여 대법원에서 파기한 사건이 몇 건 있는데, 모두 공통적으로 해외에서 혼인신고를 마친 뒤 국내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국내 입국 후 한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이 경우 더욱 세심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외국에서의 혼인신고를 위해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과정을 감수한 것 역시 혼인의사의 표현 중 일부라고 본 것처럼 보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베트남 배우자와 혼인을 할 때에는 대한민국에서 혼인신고를 할 뿐만 아니라 베트남에서 혼인 관련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혼인신고 등의 절차를 마치고 혼인증서를 교부받은 후 베트남 배우자가 출입국관리법령에 따라 결혼동거 목적의 사증을 발급받아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혼인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대한민국 국민이 베트남 배우자와 혼인을 하기 위해서는 양국 법령에 정해진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고 언어 장벽이나 문화와 관습의 차이 등으로 혼인생활의 양상이 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정도 감안하여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지 여부를 세심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7므1224 판결)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인 배우자에 대하여 혼인의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한 경우, 가정법원은 위 법리에 더하여 통상 외국인 배우자가 자신의 본국에서 그 국가 법령이 정하는 혼인의 성립절차를 마친 후 그에 기하여 우리나라 민법에 따른 혼인신고를 하고, 우리나라 출입국관리법령에 따라 결혼동거 목적의 사증을 발급받아 입국하는 절차를 거쳐 비로소 혼인생활에 이르게 된다는 점, 언어장벽 및 문화와 관습의 차이 등으로 혼인생활의 양상이 다를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하여 외국인 배우자의 혼인의사 유무를 세심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21. 12. 10. 선고 2019므11584, 2019므11591 판결)
현실적으로 외국인 혼인의 경우 해당국에서 혼인신고 후 입국하므로, 대부분의 외국인 혼인 무효 사안에 적용될 것입니다.
인정사례
아래 사실관계에서 혼인 무효가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부산가정법원 2020. 3. 18. 선고 2019르122 판결)
- 외국에서 혼인신고 마치고 이를 기초로 대한민국에서 혼인 신고
- 국내 혼인신고 후 약 3개월 뒤 입국
- 입국 후 약 1개월 뒤 가출
- 입국한 후 가출하기까지 부부관계 없었음
- 가출 직후 SNS에 "삶이 이상하네요 일하러 가면 삶의 시간이 없네요 집에 있으면 살 돈이 없네요", "사실 가족 외에 기대한 것은 남자가 아니고 돈이다"는 등의 글 작성
- 외국인 배우자에게 부당한 대우를 한 증거 없음
법원은 외국인 배우자가 단지 한국에 입국하여 체류자격을 획득하거나 취업하기 위한 방편 등으로 혼인신고에 이른 것이고, 입국한 후 약 1개월 동안 원고와 함께 생활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목적의 달성을 위한 방편에 불과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제2심 판결이고, 만약 상고했다면 대법원에서도 동일한 판단을 하였을 것인지는 확신 할 수 없습니다.
엄격한 소송 과정을 피할 수 없어
외국인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하고, 외국인 배우자가 나타나지 않아서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는 것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가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더라도, 원고에게 입증책임이 있다는 전제 하에 엄격하게 증거를 검토합니다.
법원 허가만으로 혼인 무효 인정되는 사례는, 관련 형사판결이 확정(혼인신고 문서 위조 등) 되는 등의 사유 외에는 없습니다.(가족관계등록법 제105조) 외국인 혼인 무효 사안에서도, 위와 같은 형사판결이 없다면 소송 과정을 피할 수 없습니다.
혼인 취소
민법에서 인정하는 혼인 취소 사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 만 18세 미만인 사람의 혼인,
- 부모 동의없는 미성년자의 혼인,
- 혼인 무효에 해당하는 이외의 인척 및 양부모계의 친족이었던 자와의 혼인
- 중혼
- 혼인 당시 당사자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 사유 있음을 알지 못한 때
- 사기 또는 강박으로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
외국인 혼인 취소 사유는 주로, 악질(=심각한 질환 등), “사기 또는 강박”입니다.
악질에 의한 혼인 취소 사례
- ‘2013. 10.경 국제결혼 중개업체를 통하여 외국인 배우자 소개받고, 해당국에서 혼인식 후 2014. 3.경 대한민국에서 혼인 신고
- 외국인 배우자가 2014. 6. 결혼이민비자를 발급받으면서 첨부한 비자발급 서류에는 매독 검사결과를 포함한 건강검진서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결과는 정상
- 외국인 배우자 2014. 8. 12. 대한민국에 입국 후 같은 달 보건소에서 매독검사를 포함한 신혼부부 건강검진
- 부부가 2014. 9. 3. 함께 베트남에 갔다가 외국인 배우자가 사라지는 바람에 남편 혼자 며칠 뒤 귀국
- 귀국 후 건강검진 결과 외국인 배우자의 매독 양성판정 접함
- 외국인 배우자 페이스북에 애인으로 보이는 남성과의 웨딩촬영 사진이 올려져 있고 그 남성과 2014. 6. 15. 결혼하였다는 내용 발견
상당히 황당한 사안인데, 법원은 혼인 무효 청구는 기각하고, 악질 또는 사기로 인하여 혼인 취소가 인정된다고 하였습니다. (서울가정법원 2015. 11. 13. 2014드단321533 판결)
사기로 인한 혼인 취소 사례
아래 사안은 법률사무소 다행의 이혼전문 방효정 변호사가 직접 수행한 사건입니다.
- 의뢰인은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외국인 배우자와 교제했는데, 교제 중에 외국인 배우자는 의뢰인의 자녀를 임신하였다고 함
- 외국인 배우자는 출산 전 혼인 하고 싶다고 하였고, 혼인식 후 혼인신고 함
- 외국인 배우자는 혼인 이후 외박을 자주 하였고 이로 인하여 부부싸움이 잦았는데, 급기야 가출함
- 의뢰인은 배우자의 행방을 수소문하다가 자녀를 출산한 병원을 찾아갔는데, 자녀의 혈액형을 확인한 결과, 자신의 자녀라면 불가능한 혈액형임을 확인
- 혼인 취소 소송 제기 DNA검사 결과 친부 아님 확인
법원은 외국인 배우자가 자녀에 대하여 의뢰인의 자녀가 아닐 가능성이 있음에도 이를 묵비한 채 의뢰인을 속였으므로, 사기에 의한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외국인 이혼소송과 혼인 무효 등 소송을 동시에
위에서 본 것처럼 혼인 무효는 인정받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통상적으로 혼인 무효 기각에 대비하여, 이혼 청구도 동시에 하는 것이 실무입니다. 두 사유를 모두 주장한 뒤, 법원이 혼인 무효 혹은 취소를 인정하면 그 결론을 따르고, 만약 기각한다면 이혼 사유를 심리해서 판단하는 것입니다.
위와 같이 외국인 배우자가 가출한 사안에서는 기본적으로 부부의 동거의무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이혼이 인정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배우자가 소재 불명이어서 소장 송달이 어렵더라도, 무효소송과는 다르게 그 사유에 대하여 대단히 엄격한 입증이 요구되는 것도 아닙니다.
혼인 취소, 무효 판결 후 가족관계등록부상 기재
혼인 무효나 취소 판결을 받더라도, 가족관계등록부에서 그 기록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취소 혹은 무효가 된 혼인이라는 표시가 같이 기재됩니다. 아직까지 제도적으로 무효나 취소가 된 혼인 기록 전부를 삭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예외적으로 혼인 신고자에게 형사 유죄판결이 선고되었고 이로 인해 혼인 무효가 된 것이라면, 가족관계등록부가 재작성되어 혼인 기록 자체가 사라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