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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몰래 처분한 부부 공동재산, 이혼 사유가 될까?
배우자의 일방적인 재산 처분으로 생활의 기반이 흔들리게 되었을 때 느끼실 허망함과 배신감은 작지 않을 것입니다.
아래는 부부 공동의 노력으로 이룩한 재산을 남편이 아내의 동의 없이 장남에게 모두 증여해 버린 사건에서, 항소심에서는 이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이를 중대한 이혼 사유로 인정하며 억울한 아내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대법원 2025. 9. 4. 선고 2025므10730 판결 [이혼 및 재산분할])

사실 관계
① 1961년에 혼인하여 60년 이상 부부로 지내며 농사와 가사노동, 식당 일 등을 병행하며 생계 유지
② 부부의 주된 자산인 주거용 주택과 농지가 대부분 남편의 단독 명의
③ 주거지가 수용되면서 나온 보상금 약 3억 원을 남편이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남에게 일방적으로 증여
④ 이에 아내가 집을 나와 별거를 시작하자, 남편은 추가로 15억 원 상당의 농지마저 장남에게 전부 증여
⑤ 아내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남편을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
핵심 쟁점 및 양측 주장
이 사건의 가장 치열한 쟁점은 남편 단독 명의로 된 재산을 남편 마음대로 자녀에게 증여한 행위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 원고(아내)의 주장: 평생 함께 고생하며 일군 재산을 상의도 없이 장남에게만 빼돌린 것은 부당한 대우이며, 이로 인해 부부의 신뢰와 공동생활 관계가 완전히 파탄 났으므로 이혼을 허락해 달라.
- 피고(남편)의 주장: 장남에게 증여한 재산은 모두 본인의 특유재산이므로 처분할 권리가 온전히 나에게 있고, 아내가 단순히 다른 자녀들이 증여받지 못해 억지를 부리는 것일 뿐 이혼 사유가 될 수 없다.
[민법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 부부의 일방은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민법 제839조의2(재산분할청구권)] ① 협의상 이혼한 자의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의 판단
원심(고등법원)은 혼인 파탄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아내의 이혼 청구를 기각했으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뒤집고 남편의 일방적 재산 처분이 중대한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① 단독 명의라도 실질은 부부 공동재산
- 대법원은 주택과 농지가 비록 남편 단독 명의로 되어 있더라도, 아내가 오랜 기간 가사노동과 농사, 식당 종업원 일 등을 통해 재산의 취득과 유지에 헌신했으므로 명백한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라고 보았습니다.
- 이혼전문변호사 시각 : 혼인 기간이 길고 아내의 내조나 가사노동이 꾸준히 이어졌다면, 남편 앞으로 된 재산이라 할지라도 그 유지 및 증식에 대한 아내의 기여도는 실무상 매우 폭넓고 높게 인정되는 추세입니다.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한 가사노동의 가치가 결코 폄하되어서는 안 됩니다.
② 경제적 기반의 일방적 훼손은 신뢰 파탄의 원인
- 수용보상금과 거액의 농지는 노부부의 남은 생애를 위한 절대적인 생계 수단입니다. 그럼에도 남편이 전체 재산의 90%에 달하는 자산을 아내의 반대를 철저히 무시하고 장남에게 몰래 증여한 것은 가정공동체의 경제적 기반을 붕괴시킨 행위로 판단했습니다.
③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강제할 수 없음
- 별거가 장기화하고 재산 문제로 가족 전체의 갈등이 심화한 상황에서, 아내에게 혼인 생활 유지를 강제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대법원은 지적했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부부 공동생활은 육체적, 정신적 결합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공동체라는 사실도 강조하였습니다.
혼인관계로 형성하는 부부 공동생활은 그 구성원인 배우자 상호간의 육체적 · 정신적 결합이면서 부양 · 협조의무 등을 통하여 공동으로 이룬 재산을 바탕으로 한 경제적 공동체이기도 하다.
배우자 쌍방의 협력으로 함께 이룩한 재산은 가정공동체 내에서 그 구성원의 기초적인 생존과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경제적 기반이면서 배우자 상호간에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부양 · 협조의무의 이행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중략) 민법 제839조의2와 제843조에서 이혼상 재산분할제도를 두어 이혼에 이른 당사자에게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에 대하여는 누구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인지에 관계없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여, 부양 · 협조의무를 통해 이룩한 경제적 공동체의 청산과 이혼 후의 독립된 생활을 도모할 수 있게 하였는데, 위 협력에는 재산을 취득함에서의 협력뿐만 아니라 재산을 유지 또는 증식함에 대한 협력도 포함된다.
정리
6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가족을 위해 헌신한 대가가 경제적 빈곤과 배신감으로 돌아왔을 때의 막막함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은 배우자의 눈물과 땀이 깃든 재산을 일방적으로 처분하는 행위가 단순한 소유권 행사가 아니라, 부부의 신뢰를 파탄 내는 행위임을 확인해 준 의미 있는 사례입니다.
부양과 협조 의무를 지는 부부 사이에서, 일방이 경제적 기반이 되는 핵심 재산을 상대방 동의 없이 처분하는 행위는 단순한 재산 문제를 넘어 부부간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행위입니다. 이는 혼인의 본질인 애정과 신뢰를 훼손하는 것으로서 재판상 이혼 사유에 충분히 해당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