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불륜 이혼: 간통죄 폐지 이후에도 유효한 이혼사유로서의 부정행위
간통죄와 이혼사유로서의 부정행위는 별개 – 법적 판단기준과 실제 사례 분석
간통죄 위헌 결정 이후 부정행위의 범위에 대해 혼란스러울 수 있는데, 이 글에서는 간통죄와 이혼사유로서의 부정행위의 차이점을 명확히 하고, 실제 판례를 통해 법원의 판단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간통죄 폐지와 이혼사유의 관계
간통죄 폐지의 의미
2015년 2월 26일, 헌법재판소는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형법 제241조(간통죄)는 6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 결정의 핵심 요지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국가형벌권 행사의 최후수단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간통죄 폐지와 이혼사유의 독립성
간통죄가 폐지되었다고 해서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이혼사유에서 제외된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840조 제1호는 여전히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를 법정 이혼사유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형사처벌 여부와 민사상 이혼사유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부정행위의 법적 개념과 범위
민법상 ‘부정한 행위’의 정의
대법원은 민법 제840조 제1호에서 말하는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840조 제1호 소정의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라 함은 간통을 포함하여 보다 넓은 개념으로서 간통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하나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는 일체의 부정한 행위가 이에 포함된다.” (대법원 1988. 5. 24. 선고 88므7 판결)
부정행위의 범위와 인정 기준
부정행위는 단순히 육체적 관계(간통)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행위도 부정행위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 정서적 불륜: 육체적 관계 없이도 타인과 부적절한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는 경우
- 부적절한 친밀 행위: 키스, 포옹 등 육체적 접촉
- 은밀한 만남과 연락: 배우자 몰래 지속적으로 이성과 만나거나 연락하는 행위
- 성적 암시가 담긴 대화나 메시지: 문자, 이메일, SNS 등을 통한 부적절한 대화
-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케 하는 정황 증거들의 집합: 개별적으로는 결정적이지 않더라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부정행위로 볼 수 있는 정황

간통죄와 이혼사유의 입증 차이
형사사건(간통죄)의 입증 기준
간통죄가 존재했을 때는 형사사건으로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수준의 엄격한 입증이 필요했습니다. 즉, 간통 사실이 명백히 증명되어야 했습니다.
민사사건(이혼소송)의 입증 기준
반면, 이혼소송에서는 보다 완화된 입증 기준이 적용됩니다. 법원은 상황 증거와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합리적인 의심이 있으면 이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실제 판례 분석: 간통 없이도 인정된 부정행위
다음은 간통까지는 이르지 않았으나 부정행위로 인정된 실제 판례를 분석한 것입니다.
사실관계 요약
- 원고와 피고는 2009년 혼인하여 호주에서 거주
- 피고는 2012년 10월경부터 가라오케 영업을 시작
- 피고는 여러 개의 휴대폰을 소지하며 다른 여성들과 잦은 연락
- 원고는 피고의 휴대폰에서 다른 여성들과 주고받은 메시지와 사진 발견
- 원고는 피고의 휴대폰에서 피고와 다른 여성의 성관계 동영상 발견 (혼인 전 촬영한 것이라고 하였음)
- 원고가 한국 방문 후 귀가했을 때 집에서 긴 머리카락 다수 발견
- 피고의 속옷에서 빨간색 긴 머리카락 발견
- 2013년 8월경 피고의 휴대폰 뒷면에 다른 여성과 찍은 스티커 사진 발견 후 별거 시작
- 원고가 집을 나간 후 다른 여성이 부부의 아파트에 머무는 것을 공동세입자가 목격
- 주변인들이 피고와 다른 여성이 데이트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
- 공동세입자가 아파트에서 발견한 휴대폰에 피고와 함께 찍은 여성의 사진이 저장됨
법원의 판단과 근거
법원은 피고의 행위가 간통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지속적인 의심 행동: 피고가 여러 여성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케 하는 행동을 지속함
- 물리적 증거: 집 안과 속옷에서 다른 여성의 머리카락이 발견됨
- 디지털 증거: 휴대폰에 다른 여성과의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심지어 성관계 동영상을 보관
- 목격 증언: 별거 후 다른 여성이 부부의 집에 머무는 것을 제3자가 목격
- 종합적 판단: 개별 증거만으로는 간통을 확정할 수 없으나, 정황을 종합할 때 “단순한 고용관계 내지 친분관계를 넘어서는 정교관계”를 맺었다고 판단
법원은 이러한 정황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의 행위가 “원고에 대한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부정행위로 인한 이혼 시 법적 효과
위자료 청구권
부정행위로 인한 이혼의 경우, 무책배우자는 유책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위자료 액수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 부정행위의 정도와 기간
- 혼인 기간과 부부관계의 성격
- 부정행위로 인한 정신적 충격의 정도
- 부정행위 이후의 태도(반성, 사과 여부)
- 당사자의 경제적 상황
재산분할에 미치는 영향
부정행위가 이혼의 원인이 된 경우, 법원은 재산분할 시 유책배우자에게 불리한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에 따르면, 재산분할 시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게 되는데, 이때 ‘기타 사정’에 부정행위 등 혼인 파탄의 책임이 고려될 수 있습니다.
양육권 및 친권에 미치는 영향
부정행위 자체가 양육권이나 친권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결정합니다. 그러나 부정행위가 자녀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쳤거나, 부정행위자의 생활방식이 자녀 양육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부정행위 관련 최근 법원의 경향
디지털 증거의 중요성 증가
스마트폰과 SNS의 보편화로 인해 디지털 증거가 부정행위 입증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문자메시지, SNS 대화, 이메일 등을 중요한 증거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서적 불륜에 대한 인식 변화
최근 법원은 육체적 관계가 없더라도 정서적 불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경우 이를 부정행위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지속적이고 은밀한 연락, 감정적 교류, 배우자를 배제한 관계 형성 등이 증명될 경우 부정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부정행위 의심 시 대응 방법
법적 조언 구하기
부정행위가 의심된다면 먼저 전문 변호사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변호사는 적법한 증거 수집 방법과 법적 대응 전략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증거 수집 및 보존
적법한 방법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디지털 증거는 쉽게 삭제되거나 변경될 수 있으므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감정적 대응 자제
감정적 대응은 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폭력, 협박, 명예훼손 등의 행위는 오히려 본인에게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합니다.
결론: 간통죄 폐지 이후에도 여전히 중요한 부정행위의 법적 의미
간통죄가 폐지되었다고 해서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법적으로 무의미해진 것은 아닙니다. 민사적 측면에서 부정행위는 여전히 중요한 이혼사유이며, 재산분할과 위자료 청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부정행위의 범위가 단순한 육체적 관계(간통)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은 개념으로 해석된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정황 증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부정행위 여부를 결정하며, 이는 간통죄 폐지 이전보다 오히려 더 유연하고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간통죄는 형사범죄이므로 그 입증의 정도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이혼 사건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정교에 대한 의심이 들면 그것으로 이혼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래 사건은 간통까지 나가지는 아니하였으나 혼인 파탄의 책임이 인정된 사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