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관계, 혼인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신고’에 의하여 혼인 관계가 시작되도록 정하였기 때문이지요. 어떻게 보면 등기를 해야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과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사실혼 관계 역시 법률혼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사실혼 이혼(정리) 시에도 사실혼 배우자에게 사실혼 재산 분할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권리를 무한정 인정한 것이 아니라 일정한 제한을 두었습니다. 아래에서는 이에 대하여 보겠습니다.
목차
94므1584 판결- 최초로 사실혼 재산 분할 인정한 대법원 판결
사실혼 관계 인정 기준
단순히 같이 동거한다고 해서 사실혼이 성립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혼 성립이 되려면 다음과 같은 요건이 필요합니다.
① 사실혼이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으로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 즉, 단순히 ’같은 집에서 살겠다’정도가 아니라, ’부부나 다름없는 공동체를 꾸미겠다’는 정도의 의사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결합의 정도가 어느 수준이었는지에 대하여는 다양한 사실을 통해 드러나겠지요.
② 법률혼에 대한 민법의 규정 중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규정은 유추적용할 수 없으나, 부부 재산의 청산의 의미를 갖는 재산 분할에 관한 규정은 부부의 생활공동체라는 실질에 비추어 인정되는 것이므로, 사실혼 재산 분할 관계에도 준용 또는 유추적용할 수 있다.
재산분할은 혼인신고를 전제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공동체라는 실질에 비추어 인정되는 것이므로, 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에도 재산분할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겠다는 것입니다.
99므1855 - 법률혼 및 사실혼, 별거와 동거 반복한 경우
사실혼 관련 사실 관계
- 부부는 1984. 4. 15. 결혼식 및 1985. 12. 28. 혼인신고
- 1987년 1월경 이혼하기로 하고 같은 해 4월 7일 이혼신고
- 1987년 6월경 재결합하여 동거
- 1991. 5. 10. 다시 혼인신고
- 1993. 7. 19. 두 번째 협의이혼
- 1993년 9월경 세 번째로 재결합하여 혼인신고 없이 동거생활
- 1997. 6. 27.경 원고가 가출함으로써 결국 사실혼관계가 파탄
법원 판단 - 전 기간 범위로 하여 사실혼 재산 분할
13년 남짓 동안 법률혼과 사실혼이 3회에 걸쳐 계속 이어지다가 파탄 그 각 협의이혼에 따른 별거기간이 6개월과 2개월 남짓
마지막 사실혼의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을 함에 있어서는 그에 앞서 이루어진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문제를 정산하였거나 이를 포기하였다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각 혼인 중 쌍방의 협력에 의하여 이룩한 재산은 모두 청산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즉, 전체 기간 동안, 별거 기간을 포함하여 사실혼 배우자들이 형성한 재산을 모두 사실혼 재산 분할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혼과 법률혼에 차이를 전혀 두지 않은 것이지요. 다만, 각 사실혼 기간이 끝날 때 재산을 어떻게 나누겠다는 정산이 있었다면 당연히 그 정산 내용대로 이행하면 족하겠지요. 이는 이혼할 때 재산분할을 협의 하였다면, 다시 법률혼 관계가 된다고 하더라도 종전의 협의 내용을 따라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사실혼 재산 분할 제척기간 도과 문제는?
원심은 제척기간이 중단되었다고 하였는데, 대법원은 제척기간이 어떻게 중단되냐고 원심을 비판합니다. (제척기간에 소멸시효에 있어서와 같은 기간진행의 중단은 있을 수 없습니다.) 아마 대법원은 마지막 파국 시점부터 제척기간이 기산된다고 보았을 것 같습니다.
94므1638 - 법률혼 존속 중인 상태에서 형성된 사실혼 재산 분할
판결요지
법률상의 혼인을 한 부부의 어느 한쪽이 집을 나가 장기간 돌아오지 아니하고 있는 상태에서, 부부의 다른 한쪽이 제3자와 혼인의 의사로 실질적인 혼인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사실혼으로 인정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허여할 수는 없다.
사실혼 관련 사실 관계
- 피고는 맹인으로서 안마사 생활을 하던 중 1979.3.23. 000와 혼인(재혼)
- 000가 무단가출
- 피고는 1983.10.20.경 역시 맹인으로서 안마사인 ㅁㅁㅁ 소개받아 사귐
- 결혼식을 올리지 않은 채 그 해 11월경부터 피고 소유의 주택에서 사실상의 부부로 동거생활을 시작
- 그 후 안마원 영업이 잘되어 부부관계가 원만
- 피고는 당시 무단가출하여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던 호적상의 처인 위 손연자를 상대로 이혼심판청구
- 1989.11.7.자로 이혼심판이 확정 1990.7.28. 이혼신고를 마침
사실혼 관계 성립시기
무단가출한 000와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던 피고가 ㅁㅁㅁ와 동거생활을 시작함으로써 원.피고 사이에 사실혼관계가 성립되었으며, 가사 위 000와의 법률상부부관계로 인하여 원.피고 사이의 사실혼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 보호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위 손연자와의 이혼심판이 확정된 1989.11.7.부터는 적법한 사실혼관계가 성립
배우자가 장기 가출한 상태라면 다른 사람과 사실혼 관계 맺더라도 인정할 수 없어
법률상의 혼인을 한 부부의 어느 한쪽이 집을 나가 장기간 돌아오지 아니하고 있는 상태에서, 부부의 다른 한쪽이 제3자와 혼인의 의사로 실질적인 혼인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사실혼으로 인정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허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배우자가 가출해서 생사를 알지 못해도 다른 사람과 혼인을 하면 중혼이 되는 것처럼, 사실혼 관계도 맺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신분관계 질서이기 때문에 엄격히 본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원심은 위 판단에 덧붙여 원.피고 사이의 관계는 피고가 위 ---와 이혼한 다음에는 법률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사실혼 관계로 되었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고 이러한 판단은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정당하므로(원심은 적법한 사실혼 관계가 성립되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원심판결의 이유설시에 일부 잘못된 점이 있으나, 결국, 원심의 결론은 수긍할 수 있고, 원심판결에 사실혼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도 이혼심판 청구 한 이후에는 사실혼 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았습니다.
사실혼 재산 분할 액수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의 가액을 금 113,334,000원으로 확정한 후 그 설시의 여러 사정을 종합 고려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금 50,000,000원을 지급하게 하였습니다.
원심을 뒤집지 않은 것을 보면, 같이 살기 시작한 때부터(이혼심판 청구 전부터) 형성한 모든 재산을 대상으로 한 것 같습니다.
논리적으로 약간 어색하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타당성은 있는 판결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