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소송은 배우자의 부정행위 상대방에게 위자료를 청구하는 절차입니다. 그래서 배우자의 외도가 인정되면 상간자에게도 당연히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최근 확정된 판결은 이 문제를 다르게 봅니다.
혼인관계 파탄에 대한 부부 쌍방의 책임이 대등하여 배우자에게 이혼 위자료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면, 제3자인 상간자에게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목차
사건의 개요
- 원고와 배우자는 2012년 혼인한 법률상 부부였습니다.
- 피고와 배우자는 2017년 3월경 알게 되었고, 함께 술을 마시거나 피고의 자녀들과 외박 여행을 가는 등 가까운 관계를 이어갔습니다.
- 원고는 2020년경 지인들로부터 배우자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말을 듣고 외도를 의심했습니다.
- 이후 부부 갈등이 심화되었습니다.
- 원고는 배우자가 인터넷 음란영상물에 나온다고 확신하며 지속적으로 추궁했고, 그 과정에서 폭언과 폭행도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 결국 2021년 이혼소송이 제기되었고, 2022년 이혼이 확정되었습니다.
이처럼 사건은 단순한 외도 사안이 아니었습니다. 법원은 배우자의 부정행위 정황뿐 아니라, 원고의 추궁과 폭언·폭행 등 혼인관계 전반의 파탄 경위를 함께 보았습니다.
이혼소송에서 쌍방 책임 인정 뒤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 소송 진행
앞선 이혼소송의 결론은 상간소송 판단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혼소송 결과
- 본소와 반소의 각 이혼청구는 인용
- 본소와 반소의 각 위자료청구는 모두 기각
- 이유는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부부 쌍방에게 대등하게 있다고 보았기 때문
즉, 법원은 한쪽만의 잘못으로 혼인이 깨졌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외도 정황은 있었지만, 원고에게도 혼인관계를 악화시키고 파탄에 이르게 한 책임이 상당하다고 본 것입니다.
상간 위자료 청구
- 원고는 상간의 피해자 입장에서 상간녀에게 ‘혼인파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 제1심 법원은 이를 인정해서 3,000만 원의 위자료를 인정해 주었습니다.
대법원 판단 –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 못해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상간자 책임의 성립 여부를 더 직접적으로 정리했습니다.
대법원 판시 요지
대법원은 혼인관계 파탄에 관한 부부 쌍방의 책임 정도가 대등하여 배우자의 손해배상의무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제3자에게도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결의 핵심은 이혼 위자료의 성격을 어디에 두는지에 있습니다. 법원은 이혼 위자료를 개별 외도행위 자체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그 행위로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이혼에 이르게 된 데 대한 손해배상으로 봅니다. 따라서 배우자에게조차 그 파탄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상간자에게만 따로 그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결론이 나오는가
이 판결은 상간소송의 법적 구조를 이해해야 자연스럽게 읽힙니다.
이혼 위자료의 법적 성격
- 이혼 위자료는 특정 행위 하나만을 떼어 평가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 핵심은 혼인관계가 왜 파탄되었는지, 그리고 그 책임을 누구에게 귀속할 수 있는지입니다.
- 따라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상간자 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 혼인파탄의 책임이 부부 쌍방에게 대등하다면, 배우자 일방에게 혼인관계 파탄에 대한 책임이 인정되지 않고, 상간 사실이 더해진다고 해도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예를 바꾸어, 남편이 폭행 vs 부인이 외도한 상황에서 혼인관계 파탄에 대한 책임이 양자가 대등하다고 보는 경우(정도가 비슷하다고 보는 경우), 외도한 쪽의 공동불법행위자에 대해서만 ‘혼인파탄의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부인이 책임이 있다고 인정된다면 상간자도 부인과 함께 책임이 있지만, 부인에게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상간자만 책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실무상 무엇이 달라지나
이 판결 이후 상간소송에서는 외도 증거만큼이나 원고 자신의 혼인파탄 책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해졌습니다.
원고 측에서 중요한 부분
- 배우자와 상간자의 부정행위 사실
- 외도 이전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는 점
- 원고에게 폭언, 폭행, 장기간 별거, 경제적 방임 등 중대한 유책사유가 없었다는 점
- 부정행위가 혼인파탄의 주된 원인이었다는 점
피고 측에서 중요한 부분
- 부부 사이에 이미 심각한 갈등과 파탄 상태가 있었다는 점
- 원고 역시 혼인관계 악화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점
- 외도가 혼인파탄의 유일하거나 결정적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이제 상간소송은 단순히 문자, 통화, 숙박 자료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자료들이 혼인파탄의 원인과 함께 상간행위가 어떤 기여를 했는지까지 설명되어야 합니다.

자주 오해하는 부분 (업데이트)
이 판결을 읽을 때 몇 가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1. 다툼이나 별거가 있었다고 바로 상간소송이 기각되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단순한 갈등이나 일시적 별거만으로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되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실제로 회복 가능성이 남아 있었는지, 외도가 파탄을 결정적으로 심화시켰는지를 구체적으로 봅니다.
2. 이혼하지 않아도 상간소송이 가능한가
가능합니다. 오히려 더 단순할 수 있습니다. 혼인파탄=이혼에 이르게 된 경위는 떼어 놓고, 오직 상간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상간 소송에 관한 추가 정보는 아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정리
이번 대법원 판결은 상간소송의 기준을 더 엄밀하게 만들었습니다. 이혼 위자료의 본질은 외도라는 개별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행위로 인해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이혼에 이르게 된 데 대한 배상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한 것입니다. 그래서 부부 쌍방의 책임이 대등하여 배우자에게도 위자료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상간자에게만 별도로 책임을 묻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결국 상간소송에서 중요한 것은 외도 사실만이 아닙니다. 혼인관계가 어떻게 악화되었고, 누구의 책임으로 파탄에 이르렀는지가 함께 입증되어야 합니다. 이 판결은 바로 그 점을 분명히 한 결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