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상대방 배우자에게 진정한 혼인계속 의사가 있는지입니다. 법원은 단순히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만 보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혼인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 별거와 갈등이 장기화된 뒤에도 혼인의 실체를 유지하려는 태도가 남아 있었는지 등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아래 사안에서는 기존에 이혼 청구를 했다가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기각당하고 수년 뒤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 및 항소심에서 기각당하였다가 대법원에서 이를 인정하는 취지의 판단을 받은 사안입니다. (2021므14258 판결)

목차
사실 관계
- 원피고 2009년경 수 개월간 짧은 교제 중 임신하여 2010. 3. 혼인신고
- 원피고는 2011년경 고부 갈등 등으로 부부 상담
- 2013년경에는 피고 부모님의 이혼 사실을 숨기는 등으로 원고가 피고에게 이혼을 요구, 피고와 피고 가족들이 사과하기도 함
- 원고는 2016. 4.경부터 별거와 이혼을 요구, 피고가 반대하여 그 다음 달부터 원고가 별거 시작
- 원고는 2016. 6.경 이혼 소제기(=종전 이혼소송), 소송 중 가사조사 및 부부 상담을 진행하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함
- 종전 이혼소송은 원고 청구 기각. 원고 잘못이 더 크다고 함
- 원고는 위 판결 확정 이후에도 별거 유지, 2019. 9.경 이혼 소송 다시 제기
- 2020.7. 이혼청구 기각 / 2021. 5. 항소기각 / 2022.6. 파기 환송 (이혼청구 인용 취지)
1. 왜 상대방의 혼인계속 의사가 중요한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사건에서 핵심은 단순히 “누가 더 잘못했는가”에만 있지 않습니다. 이미 혼인관계가 사실상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고, 상대방 배우자도 실질적으로는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에도 형식적으로만 이혼에 불응하는 경우라면, 그 혼인을 법적으로 계속 유지하게 하는 것이 언제나 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으면서도, 예외적으로 상대방 배우자에게 혼인계속 의사가 없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청구를 인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이 쟁점은 혼인관계에 법적으로 보호할 실체가 남아 있는지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유책배우자 이혼청구의 전체 법리와 예외 요건은 아래 글에서 정리해 두었습니다.
외도한 배우자도 먼저 이혼 청구할 수 있을까? 유책배우자 이혼청구 기준과 대응 방법
2. 혼인계속 의사는 주관적 주장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오해는, 상대방 배우자가 법정에서 “나는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그 자체로 혼인계속 의사가 인정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주관적 의사표시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사정이 더 중요합니다
부부는 법률상 혼인을 유지하고 회복하기 위해 상호 협력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따라서 상대방 배우자에게 혼인계속 의사가 있는지 여부도, 단순한 감정 표현이나 재판상 주장만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해 왔는지를 통해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법원이 주목하는 사정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 부부관계 회복을 위해 대화와 소통을 시도했는지
- 가정법원의 상담, 조정, 가사조사에 성실히 응했는지
- 장기간 별거 중에도 관계 회복을 위한 협조 의사가 있었는지
- 반대로 적대적 대응과 비난만 반복한 것은 아닌지
즉, 혼인을 지키겠다는 말보다 혼인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3.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만으로 부족한 이유
법원은 형식적인 이혼 거부와 실질적인 혼인유지 의사를 구별합니다. 표면적으로는 혼인을 계속하고 싶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혼인관계 회복과 양립하기 어려운 행동만 반복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정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상대방 배우자에게 진정한 혼인계속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면서 대화와 소통을 거부하는 경우
- 부부상담, 조정 등 관계 회복 절차에 정당한 이유 없이 응하지 않는 경우
- 민사·형사상 분쟁만 장기간 반복하고 혼인회복을 위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 경우
- 별거 상태를 고착화하면서도 실질적 회복 가능성을 전혀 모색하지 않는 경우
물론 배우자의 잘못으로 상처를 입은 사람이 강한 감정을 드러내거나 법적 대응을 하는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그 대응이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과정인지, 아니면 오로지 적대와 보복에 머무는지를 함께 봅니다.
4. 대법원은 새로운 이혼소송에서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안은 혼인파탄에 책임이 있다고 본 배우자가 과거 이혼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받은 뒤 다시 이혼소송을 제기한 사안입니다.
하급심은 과거 기각된 사정 등을 들어 다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그렇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습니다.
과거 기각 판결이 있어도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대법원은 새로운 소송에서는 그 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을 기준으로, 상대방 배우자에게 혼인계속 의사가 있는지 등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혼인관계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상대방에게 혼인유지 의사가 분명했고 유책배우자의 책임이 매우 무거웠더라도,
- 장기간 별거가 지속되고
- 추가적인 소통 단절과 적대적 분쟁이 이어지며
- 관계 회복을 위한 현실적인 노력이 사라진 경우
현재 시점에서는 전혀 다른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즉, 예전 판결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 현재의 혼인실체를 자동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취지입니다.
5. 판결이 말하는 핵심은 ‘객관적 태도’를 보라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상대방 배우자가 주관적으로 표명하는 의사에만 의존해서 혼인계속 의사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습니다. 오히려 혼인 유지와 회복을 위해 최소한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는지, 혹은 혼인관계 회복과 양립하기 어려운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문제 되는 행동들
판례의 취지를 실무적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사정이 있다면 법원은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 의사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 상대방 배우자에게만 모든 책임을 돌리며 비난만 반복하는 경우
- 관계 회복을 위한 대화 자체를 전면 거부하는 경우
- 법원이 권유하는 상담·조정 절차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 민·형사 소송 등 충돌 상황만 정리하지 않은 채 별거를 장기화하는 경우
이 기준은 유책배우자 이혼청구 사건에서 매우 자주 문제 됩니다. 결국 법원은 혼인계속 의사의 진정성을 묻고 있는 것입니다.
6. 다만 혼인계속 의사를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도 분명합니다. 상대방 배우자가 이혼을 거부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보복심 때문이니 혼인계속 의사가 없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도 이러한 판단은 신중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 상대방 배우자가 경제적·사회적으로 매우 취약한 경우
- 이혼 후 생활보장에 중대한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
- 법률상 배우자 지위가 연금, 보험, 복지급여 등에 직접 연결되는 경우
- 미성년 자녀가 있어 이혼이 자녀의 복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
즉, 상대방이 이혼을 거부하는 이유가 단순한 보복감정이 아니라 생활보장, 자녀 보호, 현실적 불안정 때문일 수 있다면, 법원은 혼인계속 의사를 함부로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이 부분은 실무상 매우 중요합니다. “이혼을 안 해주는 이유가 분명 보복심일 것”이라는 일방적 해석은 법원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7.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자녀의 복리도 함께 봅니다
혼인계속 의사 판단은 부부 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혼인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자녀에게 더 나은지, 아니면 이미 극심한 분쟁 상태인 혼인을 형식적으로만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해로운지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자녀가 있는 사건에서 함께 검토되는 부분
- 혼인 유지가 자녀에게 경제적·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되는지
- 부모의 극심한 갈등이 지속되어 자녀가 계속 노출되는 것이 더 해로운지
- 실제 양육과 부양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 형식적인 혼인 유지가 자녀 복리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지
결국 법원은 혼인 그 자체보다 자녀의 현실적 복리를 중요하게 봅니다. 따라서 자녀 문제는 혼인계속 의사 판단의 보조 요소가 아니라, 경우에 따라 결론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8. 상간소송을 했다고 해서 혼인계속 의사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상대방 배우자가 상간자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했다는 이유로, 유책배우자 측에서 “이미 혼인관계를 정리하려는 의사가 드러난 것 아니냐”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주장도 단순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상간소송은 부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절차일 뿐, 반드시 혼인관계를 완전히 포기했다는 뜻은 아닐 수 있습니다. 외도관계를 정리하고 배우자의 반성과 회복을 기대하면서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경우도 충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 사례는 아래 글에서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 글 : 상간자에게 손해배상 청구했어도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기각된 사례
이처럼 특정한 소송행위 하나만으로 혼인계속 의사를 단정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법원은 언제나 그 행위의 맥락과 이후의 태도를 함께 봅니다.
9. 실무에서는 ‘의사’보다 ‘노력의 흔적’이 중요합니다
유책배우자 이혼소송에서 혼인계속 의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추상적 의사 표현보다 관계 회복을 위한 구체적 행동이 중요합니다.
혼인계속 의사를 뒷받침하는 자료의 예
- 상담, 조정, 대화 제안을 한 문자나 이메일
- 생활비, 자녀 문제, 왕래 문제를 조정하려 한 기록
- 관계 회복을 전제로 한 협의 시도
- 부부상담이나 가사조사 절차에 성실히 응한 자료
반대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자료의 예
- 일방적인 비난과 모욕적 표현만 반복한 메시지
- 협의 요청이나 상담 권유에 계속 응하지 않은 기록
- 혼인회복 조치는 전혀 없이 적대적 법적 대응만 누적된 내역
- 장기간 별거를 사실상 방치한 정황
결국 법원은 “정말 혼인을 계속하고 싶었는가”를 행동의 방향성을 통해 판단합니다.
정리
이 판결은 실무상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습니다.
첫째, 과거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기각되었다고 해서 이후의 소송도 당연히 기각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둘째,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 의사는 단순한 주장만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다시 평가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셋째, 그 판단에서는 별거의 경과, 소통 여부, 상담 참여, 적대적 소송의 양상, 경제적 취약성, 자녀의 복리 등 다양한 요소가 함께 고려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유책배우자 이혼소송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나는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거나 “상대방이 유책배우자이므로 무조건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현재 이 혼인관계에 보호할 실체가 남아 있는지, 그리고 그 실체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