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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증거가 없어도 생활비와 양육을 외면한 배우자와 이혼할 수 있을까?

외도 사실이 증명되지 않더라도, 배우자가 오랫동안 생활비를 거의 보내지 않고 자녀 양육을 상대방에게만 떠넘겼다면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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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증거가 없어도 생활비와 양육을 외면한 배우자와 이혼할 수 있을까?

[대법원 판결 요점]

  • 기준 시점: 대법원 2022년 5월 26일 선고 2021므15480 판결. 외도 증거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이혼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냄.
  • 판단 기준: 혼인 파탄 여부는 혼인을 이어갈 의사, 파탄에 대한 책임, 혼인 기간, 자녀 유무, 나이, 이혼 후 생활보장 등을 두루 따져 판단함. 파탄이 인정되면 이혼을 청구한 쪽의 책임이 더 무겁지 않은 한 이혼 청구를 받아들여야 함.
  • 실무 시사점: 외도나 악의의 유기가 증명되지 않더라도,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고 자녀 양육을 외면한 사정만으로 신뢰가 무너진 파탄 사유가 될 수 있음.

“바람을 피웠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몇 년째 해외를 오가며 생활비를 거의 보내지 않았고, 아이 둘은 제가 직장을 다니면서 혼자 키웠습니다. 그래도 법원은 아직 다시 잘 지낼 수 있다고 하네요.”

이혼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고민을 자주 듣게 됩니다. 상대방이 폭력을 행사하거나 외도한 증거가 뚜렷하지 않으면 이혼이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혼인은 애정과 신뢰로 맺어진 관계입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그 신뢰가 무너졌다면 그것만으로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대법원 판결은 바로 이 점을 분명히 확인한 사례입니다.

사건의 사실관계

① 혼인과 자녀: 같은 회사에 다니던 중 혼인신고. 미성년 딸 2명.

② 남편의 잦은 해외 체류: 퇴사 후 필리핀·태국 등에서 사업 추진, 실패 뒤 재취업. 사업 전후로도 해마다 6~17회 출국, 연간 44~229일 해외 체류. 아내에게는 체류 사유나 사업 진행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음. 사업과 무관한 골프여행도 남편 스스로 인정. 둘째 출산 무렵에도 해외에 머무름.

③ 성병 감염과 의심: 아내가 남편의 해외 체류 기간에 두 차례 성병 진단을 받고 치료. 유산과 임신 시기가 겹치면서 남편 때문에 감염되었다고 의심.

④ 생활비 미지급과 홀로 맡은 양육: 남편이 퇴사 이후 생활비를 거의 보내지 않음. 3년 동안 연간 100만 원~1,760만 원 수준만 송금. 아내 혼자 양육비·생활비를 부담하며 가사, 육아, 직장생활을 함께 감당.

⑤ 이혼 소송과 별거: 아내가 부정한 행위, 악의의 유기,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들어 이혼·위자료·재산분할 등을 청구. 1심에서 청구 기각. 2020년 8월 항소심 진행 중 자녀들을 데리고 집을 나와 별거 시작. 남편은 문자메시지로 용서만 구했을 뿐 그 밖의 노력은 없음.

⑥ 원심 기각과 대법원 파기환송: 2021년 9월 원심도 다시 원만한 부부관계를 되찾을 여지가 있다며 청구 기각. 2022년 5월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가정법원으로 환송.

이혼 재산분할 실무 상담

법원의 핵심 판단

1.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란 무엇인가

대법원은 먼저 혼인의 본질이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격적 결합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부부는 함께 살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할 의무를 집니다.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 사유는 이런 부부공동생활이 회복할 수 없을 만큼 무너졌고, 혼인생활을 계속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한쪽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렇게 파탄이 인정되면, 이혼을 청구한 쪽의 책임이 상대방보다 더 무겁지 않은 한 이혼 청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기준입니다.

2. 외도가 증명되지 않아도 신뢰는 훼손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남편의 부정한 행위는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대법원은 아내가 남편의 해외 체류 기간에 성병에 걸렸고, 유산과 임신이 겹친 시기였다는 점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이런 사정은 그 자체로 부부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고, 그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외도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의심이 생긴 경위까지 판단에서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3. 장기간 해외 체류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가

남편의 잦은 출국은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있었고, 사업을 접고 재취업한 뒤에도 계속되었습니다. 대법원은 해외 체류가 사업 때문에 불가피했다고 볼 자료가 부족하고, 골프여행 같은 개인적인 외유도 섞여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아내에게 체류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점까지 고려하면 아내가 남편을 믿기 어려웠던 것은 당연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정을 소홀히 하면서까지 해외에 오래 머문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4. 양육의무는 비용 부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판결에서 가장 의미 있는 부분입니다.

대법원은 부모의 양육의무가 단순히 돈을 대는 데 그치지 않고, 자녀를 실제로 보호하고 가르칠 의무까지 포함한다고 밝혔습니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양육을 소홀히 해서 다른 한 사람이 자녀를 온전히 떠맡는 상황은 양성평등의 원칙과 자녀의 복리라는 관점에서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 남편의 행동은 법적으로 악의의 유기에는 이르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남편이 경제적 지원과 자녀 양육이라는 공동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아내가 남편을 더 이상 믿지 못하고 혼인을 계속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기에 충분한 사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5. 말로 하는 다짐보다 실제 노력을 본다

남편은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아내에게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하지 않았습니다. 기록상 아내가 가정을 소홀히 한 사정도 없었습니다. 남편은 소송 중에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신뢰를 되찾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면 아내는 소송을 제기한 뒤로 이혼 의사를 한결같이 유지했고, 자녀들과 함께 별거하면서 남편과 왕래도 끊겼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사정을 종합해 혼인관계가 남편의 책임 있는 사유로 회복할 수 없을 만큼 파탄되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원심판결에는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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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 팁 및 변호사의 조언

첫째, 외도 증거가 없다고 포기하지 마세요.

부정한 행위를 직접 증명하기 어렵더라도, 의심이 생긴 경위와 그 일로 신뢰가 무너진 과정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혼인 파탄을 판단하는 중요한 사정이 됩니다. 진료 기록처럼 객관적인 시점을 보여주는 자료가 있다면 함께 준비하십시오.

둘째, 생활비 송금 내역을 정리하세요.

이 사건에서 결정적이었던 것은 생활비가 얼마나 적게 지급되었는지 연도별 금액으로 확인되었다는 점입니다. 통장 거래내역을 바탕으로 연도별 송금액과 실제 생활비·양육비 지출을 비교한 표를 만들어 두면 효과적입니다.

셋째, 배우자의 부재를 기간과 횟수로 보여주세요.

출입국 기록, 장기 출장이나 외박 기록 등을 통해 배우자가 집을 비운 횟수와 기간을 객관화해야 합니다. 출산, 자녀의 질병, 입학처럼 가족에게 중요한 시기에 배우자가 없었다는 사실은 양육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강력한 정황이 됩니다.

넷째, 혼인을 지키려 노력한 기록을 남기세요.

함께 생활하자고 요청한 메시지나 대화 기록은 이혼을 청구하는 쪽에 책임이 없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사과만 했을 뿐 실제로 행동을 바꾸지 않았다는 사정도 파탄을 인정받는 근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