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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청구와 재산분할청구를 함께 하면 어느 법원이 관할할까
이혼, 재산분할, 사실혼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 같은 가사사건은 원칙적으로 가정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합니다.
그런데 실제 사건에서는 청구가 그렇게 깔끔하게 하나로만 정리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아파트를 두고,
- 한편으로는 명의신탁 해지를 이유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고,
- 다른 한편으로는 사실혼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을 이유로 역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는 식입니다.
이 경우 앞의 청구는 성격상 민사사건, 뒤의 청구는 가사사건입니다. 그렇다면 이 둘을 한 소송에서 함께 다룰 수 있는지, 다룬다면 지방법원인지 가정법원인지가 문제됩니다.
이 글은 바로 그 쟁점을 다룬 판결의 취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사실 관계
원고는 피고의 명의를 빌려 문제의 아파트를 피고 명의로 등기해 두었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실질적으로는 자기 재산인데 형식상 피고 명의로 해 두었다는 취지입니다.
이에 따라 원고는 두 단계로 청구했습니다.
- 주위적 청구
명의신탁약정을 해지하고, 이를 원인으로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청구 - 예비적 청구
원고와 피고가 사실혼 관계였음을 전제로, 사실혼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로서 아파트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청구
결국 두 청구는 법적 원인은 다르지만, 실제 목표는 같습니다. 둘 다 원고가 그 아파트의 소유권을 넘겨받겠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주위적 청구는 민사사건처럼 보이고, 예비적 청구는 가사사건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주위적 청구는 원칙적으로 민사사건이다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는 그 성질상 민사사건으로 보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이 청구만 놓고 보면, 원칙적으로는 가정법원이 관할권을 갖지 않습니다.
즉,
- 명의신탁 해지
- 소유권이전등기
- 물권적 청구
이런 구조는 기본적으로 가사문제가 아니라 일반 민사분쟁에 속합니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그런데 사건에서는 피고가 제1심에서 이 민사청구에 대해 관할위반 항변을 하지 않고, 본안에 대해 다투었습니다.
그러면 가정법원이 이 주위적 청구에 대해서도 변론관할권을 갖게 되는지가 다음 문제로 떠오릅니다.
변론관할이 인정되려면 무엇이 문제 되나
민사소송에서는 원칙적으로 피고가 관할위반을 다투지 않고 본안에 관해 변론하면, 법원에 변론관할이 생길 수 있습니다.
즉, 원래 관할이 위반되었더라도 피고가 다투지 않고 답변하면 그 법원이 심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예외가 있습니다. 전속관할인 경우에는 변론관할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쟁점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민사청구가
- 과연 지방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는가
- 만약 전속관할이 아니라면 가정법원은 변론관할로 처리할 수 있는가
결국 답은, 민사사건이 지방법원의 전속관할인지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민사사건은 지방법원의 전속관할인가
통상적으로 “민사사건은 지방법원, 가사사건은 가정법원”이라고 나누고 싶지만, 법은 그렇게 단순하게 딱 잘라놓지 않습니다.
전속관할이라고 볼 여지
법원도 먼저 전속관할로 볼 여지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다음과 같은 사정이 언급됩니다.
- 가사소송법 제14조는 가사소송 사건 간 또는 가사소송 사건과 가사비송 사건 간의 병합만 규정하고 있다는 점
- 가사소송법 제60조 후문이, 가사조정에 병합된 민사사건에 관하여 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그 민사사건을 관할법원에 이송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
이런 규정들을 보면, 민사사건은 본래 가정법원이 아니라 별도의 관할법원, 즉 일반 민사법원이 맡는다는 취지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민사사건은 결국 지방법원의 전속관할 아닌가”라는 해석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전속관할이 아니라고 본 이유
하지만 법원은 최종적으로 그 해석을 취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민사사건을 무조건 지방법원의 전속관할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민사소송법에는 전속관할 규정이 없다
가사소송법에는 가사사건이 가정법원의 전속관할이라는 명시 규정이 있습니다.
반면 민사소송법에는 “민사사건은 지방법원의 전속관할”이라고까지 선언한 규정이 없습니다.
즉, 가사사건의 전속관할은 분명하지만, 그 반대편에서 민사사건까지 전부 지방법원의 전속관할이라고 보기에는 법문상 무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2. 동일한 목적의 청구를 법원 둘로 쪼개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서로 다른 법적 원인을 내세웠지만, 결국 같은 아파트의 소유권을 이전받겠다는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청구원인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 명의신탁 해지 청구는 지방법원에서,
- 사실혼 재산분할 청구는 가정법원에서
각각 따로 판단받으라고 강제하는 것은 소송경제에 반한다고 보았습니다.
이건 실무적으로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같은 부동산을 두고 사실관계가 상당 부분 겹치는데, 법적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소송을 둘로 나누면 시간과 비용이 크게 늘어납니다. 법원도 그런 비효율을 피하려 한 것입니다.
결국 가정법원이 민사청구도 함께 판단할 수 있다고 본 경우
법원은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핵심 판단
- 법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동일한 목적을 추구하는 청구가 병합되어 있고
- 그 중 어느 하나가 가정법원의 관할에 속한다면
- 나머지 민사사건을 반드시 지방법원의 전속관할로 보아 따로 떼어낼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 피고가 가사사건과 함께 제기된 민사사건에 대해 관할위반 항변을 하지 않고 본안에 관해 변론하거나 변론준비기일에서 진술했다면, 가정법원은 그 민사사건에 대해서도 변론관할권을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즉, 조건이 충족되면 가정법원이 관련 민사청구까지 함께 심리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민사청구와 가사비송청구의 병합도 허용되는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아예 민사청구와 가사비송청구를 함께 병합하는 것 자체가 적법한가도 문제 됩니다.
병합 규정만 보면 다소 애매하다
가사소송법 제14조는 가사소송 사건 간 또는 가사소송 사건과 가사비송 사건 간의 병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언만 보면 민사사건과 가사비송사건의 병합까지 직접적으로 열어 둔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형식적으로만 보면 “민사청구와 가사비송청구를 같은 소송에 넣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법원의 판단
하지만 법원은, 가정법원이 민사사건에 대해 변론관할권을 가지는 경우라면, 가사사건과 민사사건 사이에 기초되는 사실관계가 전혀 무관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병합을 허용할 필요성이 크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가사사건에는 가사비송사건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관련 사실관계가 서로 연결되어 있고, 동일한 목적물을 둘러싼 분쟁이라면 민사청구와 사실혼 재산분할청구를 함께 심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취지입니다.
실무상 정리
실무적으로 이 판결의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쟁점 | 판단 취지 | 의미 |
|---|---|---|
| 명의신탁 해지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청구 | 원칙적으로 민사사건 | 단독으로는 가정법원 관할 아님 |
| 사실혼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청구 | 가사비송 사건, 가정법원 전속관할 | 가정법원에서 심리 |
| 민사청구 + 가사청구 병합 | 동일 목적·밀접한 관련성이 있으면 가능 | 소송경제에 부합 |
| 가정법원의 민사청구 심리 | 피고가 관할위반 항변 없이 본안 변론하면 변론관할 인정 가능 | 관련 민사청구까지 함께 판단 가능 |
이혼전문변호사 의견
가정법원이 가사사건에 대해 전속관할을 가지면서도, 그와 밀접하게 연결된 민사사건까지 일정한 조건 아래 함께 판단할 수 있다고 본 것은 상당히 실용적인 판단입니다.
특히 이 사건처럼 당사자가 같은 목적물에 대해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지고 주위적·예비적으로 청구를 구성한 경우에는, 이를 서로 다른 법원에서 따로 판단받게 하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소송경제나 분쟁의 일회적 해결이라는 점에서도, 이런 관할 해석은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아무 민사청구나 가사사건에 얹어서 가정법원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청구 사이의 관련성, 목적의 동일성, 피고의 관할위반 항변 여부 같은 조건이 중요합니다.
물론, 법관의 해석으로 법률에 없는 관할 조항을 창설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수도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정당한 법해석이고, 어디부터가 권한을 넘어서 입법원을 침해하는 것인지 문제는 항상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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