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재산분할을 떠올리면 보통 아파트, 예금, 주식 등 눈에 보이는 자산을 어떻게 나눌지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재산만큼이나 빚(채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역시 중요하고 복잡한 문제입니다.
부부 중 한 사람의 명의로 된 대출금이나 마이너스 통장, 부모님께 빌린 돈을 과연 이혼할 때 상대방도 함께 갚아야 할까요?
법원의 판단 기준은 이렇습니다. 빚의 명의자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그 빚을 왜 지게 되었는가(빚을 낸 경위와 사용처)를 추적하여 분할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혼 시 빚이 어떻게 나뉘는지, 대출과 보증금 등 채무의 종류별 분할 기준을 총정리해 드립니다.

목차
1. 빚을 나누는 기준: 공동재산 형성의 수반성
원칙적으로 부부 일방이 제3자(은행이나 지인)에게 부담한 채무는 일상가사에 관한 것으로 부부 쌍방이 연대책임을 져야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개인채무입니다. 따라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채무가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하여 부담한 채무인 경우에는 청산대상이 되므로, 소극재산으로서 분할대상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그러한 예로써, 같이 살고 있는 주택을 취득하기 위하여 은행 등으로부터 대출받은 대출금채무나, 전세를 놓았다면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 등이 있겠지요.
반대로 배우자 몰래 한 주식 투자, 도박, 유흥비, 개인적인 사치품 구매 등을 위해 발생한 빚은 철저히 개인의 채무로 남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 빚의 종류별 재산분할 판단 기준
채무는 그 성격에 따라 법원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문제 되는 채무의 처리 방식을 살펴보겠습니다.
① 상가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무 (대법원 96므912 판결)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는 부부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에 수반하여 부담한 채무로서 당연히 분할대상 재산입니다.
이혼 재산분할 과정에서 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져가는 사람이 그 집에 걸린 보증금 채무도 함께 떠안는 방식으로 정리합니다. 법원은 이혼이라는 내부적인 사정으로 인해 임차인 등 제3자가 불측의 손해나 불편함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 임대차 보증금 반환채무가 현재 해당 건물을 보유한 사람에게 그대로 존속한다고 봅니다. 단, 상가 건물인지 주거용 아파트인지에 따라 세입자에 대한 법적 책임이 넘어가는 방식이 다르므로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한 대법원의 명확한 판단 기준과 주의사항은 아래 글에서 상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혼 시 부동산을 받으면 세입자 보증금도 내가 갚아야 할까? 임대차보증금 채무의 재산분할
② 부부 일방의 제3자에 대한 보증채무 (서울고법 2002르2424 판결)
부부 일방이 지인의 빚에 보증을 서거나 담보를 제공한 경우, 그 채무에 대한 종국적인 책임을 지는 게 아니고, 주채무자가 빚을 안 갚을 경우 주채무자에게 구상권(대신 갚은 돈을 돌려받을 권리)을 보유하게 됩니다.
따라서 주채무자가 갚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원칙적으로 보증채무는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채무자 등의 무자력(파산 등)으로 인하여 구상의 가능성이 희박하여, 결국 부부 중 일방이 당해 보증채무에 대한 종국적인 책임을 독박 쓰고 지게 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라면 예외적으로 이를 공제하거나 분담의 대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보증채무를 법원이 어떻게 현실적으로 계산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사례는 아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혼 재산분할 시 보증채무와 부실채권 분할은?
③ 사업상 발생한 영업상 채무 (대법원 95드18004 판결)
사업을 하는 일방 당사자가 거래처에 줘야 할 물품대금 채무 등을 소극재산으로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법원은 영업거래상의 채무만을 별도로 떼어내어 소극재산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빚이 있다면 다른 사정이 없는 한 그에 상응하는 가액만큼의 물품(재고) 또는 판매대금 채권도 현재 존재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결국 영업상 채무를 인정받으려면 해당 사업체의 전체 자산과 부채를 묶어서 종합적으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④ 분양권 양도소득세 등 세금 채무 (대법원 2009므4297 판결)
재산분할에서 분할대상이 되는 재산의 형성을 위해 지출된 소득세, 상속세, 증여세는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하여 부담한 채무로 인정됩니다. 대법원은 분양권 매도대금을 형성하는데 필수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인 양도소득세와 주민세는 당연히 분할 대상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와 구별해야 할 상황이 있습니다. (대법원 94므918 판결)
이혼 및 재산분할 사건에서 위자료 및 재산분할금을 지급하려면 내 명의의 부동산을 어쩔 수 없이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합시다. 이때 집을 팔면 앞으로 양도소득세가 나오겠지만, 법원은 그 부동산을 처분할 때 부과될 미래의 양도소득세 상당액을 분할대상 재산의 가액에서 미리 공제하여야 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세금 부담이 크다면 돈을 주는 대신 부동산 지분 자체를 나누는 현물 분할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⑤ 보험계약 대출금 채무
통상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불입하고, 그 불입금액(해지환급금)의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는 것을 보험계약 대출금 채무라고 합니다. 그 성격상 대출금보다 내가 납입한 보험료가 더 많습니다.
만약 납입보험료(예상 해지환급금) 전체를 플러스 재산분할 대상으로 삼는다면, 거기서 빌려 쓴 보험 대출금 역시 당연히 분담 대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반대로 납입보험료 자체를 재산분할 대상에서 빼기로 합의했다면, 그 보험에서 파생된 대출금도 굳이 부부의 공동 빚으로 나눌 필요가 없습니다.
⑥ 가까운 관계에서 빌린 돈 (사인 간 채권채무관계)
형제자매나 부모로부터 차용하였다고 주장하는 내역들은 실무에서 매우 빈번하게 다툼이 일어납니다.
금융기관의 대출과 달리, 사적인 채권채무는 차용증이나 송금 내역이 제출되더라도 그 진실성을 담보할 수 없고 증여인지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보아 분할 대상 재산에 포함시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별다른 재산이 없이 노동으로 돈을 버는 동생이 목돈을 준 내역이 있다면 진정한 차용금으로 인정받기 쉽지만, 자산이 제법 되는 부모님이 준 돈이라면 이혼할 때가 되어서야 빌린 돈이라고 말을 맞춘 증여금으로 의심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구체적인 사정과 이자 지급 내역 등을 엄격하게 심사하게 됩니다.
사인간 빌려준 돈인데 받지 못할 우려가 있는 채권에 대한 재산분할은 아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혼 재산분할 시 보증채무와 부실채권 분할은?
3. 실무적 조언
과거에는 재산보다 채무가 더 많으면 재산분할 청구 자체가 기각되었으나, 대법원 판례의 변경으로 현재는 전체 재산이 마이너스라도 그 빚이 부부 공동생활을 위해 발생한 것이라면 빚을 나누어 분담하는 재산분할이 가능해졌습니다.
이혼 과정에서 빚을 분할하는 것은 내 자산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무리하게 끌어다 쓴 빚을 내가 떠안지 않으려면 그 빚의 사용처를 금융거래 내역 조회를 통해 철저히 추적해야 합니다. 반대로 진정한 채무를 빚으로 인정받으려면 소송 초기부터 재판부가 납득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빚의 처리 외에도 이혼 시 재산분할의 전체적인 대상 확정과 기여도 산정 방식, 절차 등 재산분할의 모든 핵심적인 내용은 아래 글에서 종합적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