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중이거나 별거 상태에서 홀로 밤낮없이 일하며 대출금을 갚았는데, 막상 재산분할 할 때 이 부분이 상대방의 이익으로 반영된다면 부당하게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대법원은 별거 이후 부부 일방이 자신의 노력만으로 갚은 채무는 부부 공동재산의 변동으로 볼 수 없으므로, 재산분할 산정 시 혼인 파탄 시점(별거 시점)을 기준으로 빚을 계산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2024. 5. 17. 선고 2024므10721(본소), 2024므10738(반소) 판결 이혼 및 위자료 등)

목차
사실 관계
① 남편은 2019년 화물차 운송업을 위해 차량을 매수하며 캐피탈 회사로부터 약 1억 8천만 원의 대출을 받음
② 부부는 2021년 12월경부터 별거를 시작 / 사실상 혼인 관계가 파탄 / 비슷한 시기에 이혼 소송이 시작
③ 남편은 별거 이후에도 홀로 운송업을 계속하며 매월 대출 원리금을 성실히 갚음
④ 그 결과 별거 무렵 약 1억 1천5백만 원이었던 남편의 차량 대출금은, 1심 재판이 끝날 무렵(2023년 9월) 약 5천4백만 원으로 감액
⑤ 항소심은 남편의 빚을 5천4백만 원으로 확정하고 재산분할 비율 산정
재산분할의 기준 시점과 예외 상황 요약
이혼 소송에서 재산분할의 대상과 액수를 정하는 기준일은 원칙적으로 사실심 변론종결일(항소심 재판이 끝나는 날)입니다.
하지만 재판 실무에서는 이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면 억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별거 이후 재판이 끝나기까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이 걸리는데, 이 기간에 부부 중 한 명이 혼자만의 노력으로 재산을 불리거나 빚을 갚았다면 이를 공동재산으로 보아 나누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혼인 파탄 이후 형성된 재산이나 감소한 채무가 배우자의 협력과 무관하다면 예외적으로 파탄 시점(별거 시점)을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핵심 쟁점 및 양측 주장
별거 이후 남편이 혼자 벌어서 갚은 대출금, 재산분할 시 어느 시점의 빚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할까요?
- 원고(아내)의 주장: 재산분할의 원칙에 따라 재판이 끝나는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남편의 빚(약 5천4백만 원)을 산정해야 한다.
- 피고(남편)의 주장: 별거 이후 아내의 도움 없이 내 소득만으로 빚을 갚았으므로, 혼인 파탄 시점의 빚(약 1억 1천5백만 원)을 내 소극재산(빚)으로 인정해야 한다.
민법 제839조의2(재산분할청구권) ② 제1항의 재산분할에 관하여 협의가 되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파기하고, 별거 이후 감소한 채무가 부부 공동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명확히 심리하여야 하고, 아래와 같은 사정이 있다면 파탄 시점을 기준으로 재산분할 대상을 확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① 채무 감소에 대한 아내의 기여도 부재
대법원은 남편이 별거 이후 화물차 대출금을 갚아나간 과정에서, 혼인 중에 형성되거나 아내가 유지에 기여한 재산을 통해 채무가 감소하였다거나, 별거 이후 아내가 채무 감소에 협력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② 후발적 사정에 의한 재산 변동 간과
대법원은 아내의 기여가 없는 것만 지적한 것이 아니라, 증거 등에 의하면 남편이 독자적으로 채무 감액을 위해 노력한 사정이 보이는데도 이를 간과한 것에 대하여 지적하고 있습니다.
원심대로 재판 종결 시점의 빚(5천4백만 원)을 기준으로 삼으면, 남편의 순재산이 별거 당시보다 커지게 됩니다. 이는 결국 남편이 일해서 갚은 돈의 절반가량을 아내에게 재산분할로 떼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인데, 대법원은 이러한 불합리를 바로잡은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법리 강조)
대법원 판결문에 간혹 “바꾸어 말하면”으로 시작하는 문구가 있습니다. 법리를 추상적으로 판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이면 이러한 표현이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이 판결문의 바꾸어 말하는 부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부부가 이혼을 할 때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적극재산이 있는 경우는 물론 부부 중 일방이 제3자에 대하여 부담한 채무라도 그것이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하여 부담한 것이거나 부부 공동생활관계에서 필요한 비용 등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담한 것이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408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바꾸어 말하면, 어떤 적극재산이나 채무가 부부 쌍방의 협력이 아니라 부부 중 일방에 의하여 생긴 것으로서 상대방이 그 형성이나 유지 또는 부담과 무관한 경우에는 이를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정리
이혼 소송은 짧아도 1년, 길면 2~3년 이상 이어지는 지루한 싸움입니다.
혼인 관계가 이미 파탄 나 별거 중인 상태에서 배우자의 도움 없이 대출금을 갚거나 예금을 늘렸다면, 그 변동 내역이 자신의 독자적인 노력에 의한 것임을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별거 이후 발생한 소득과 지출 내역을 분리하여 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