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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일방이 발병한 경우 이혼할 수 있을까

부부 중 일방의 질환이 단순히 애정과 정성으로 간호되거나 예후가 예측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가족 구성원 전체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등이 사정이 있어야만 이혼사유가 된다는 판결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으면 심리미진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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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전문변호사 방효정입니다.

이혼전문변호사 방효정

법무법인 대세 이혼전문변호사 방효정입니다.
대한변협 등록 이혼전문변호사 / 인천가정법원 전문가후견인 대표 / 대한변협 선정 우수변호사(수상)
당신의 든든한 법률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배우자가 질환, 특히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는 경우 혼인생활은 매우 큰 어려움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우자가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이혼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대체로 이렇게 봅니다.
증상이 일시적이거나 치료 가능성이 있고, 배우자가 치료와 회복을 위해 노력할 여지가 있다면 상대방은 먼저 치료와 간호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반대로 질환이 단순한 애정과 정성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고, 가족 전체에게 지속적인 희생을 요구하며, 그 고통의 끝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라면 재판상 이혼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 대법원 1995. 5. 26. 선고 95므90 판결을 중심으로, 어떤 경우 질환이 이혼사유가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병간호 이혼

사건의 사실관계

이 판결은 배우자의 이상행동과 정신병적 증세가 혼인관계를 사실상 무너뜨린 사안에서, 법원이 어디까지를 이혼사유로 볼 수 있는지 다룬 사례입니다.

결혼 직후부터 나타난 이상행동

혼인 직후부터 피고는 일반적인 부부 갈등을 넘어서는 이상행동을 보였다고 인정되었습니다.

  • 원고의 직장으로 전화를 걸어 두서없이 말을 하거나
  • 그릇, 지갑 등이 없어졌다는 식으로 횡설수설하고
  • 괴성을 지르는 일이 있었습니다.
  • 원고가 놀라서 집에 돌아오면 피고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별일 없다고 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원고는 결국 기존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직장생활과 가정생활 모두에 미친 영향

원고가 이후 건축회사에 취직한 뒤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 피고는 그 회사에도 수시로 전화를 걸어
  • 원고의 직장 상사에게 폭언을 하거나
  • 원고가 아들을 죽이려 한다는 식의 비정상적인 말을 했습니다.

그 결과 원고는 두 번째 직장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즉, 피고의 증세는 단순히 부부 사이 갈등에 그치지 않고, 원고의 경제생활과 사회생활 전체를 흔드는 수준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치료를 시도했지만 거부한 사정

원고는 피고를 달래기도 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하려고 여러 차례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피고는 이를 완강히 거부했습니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질환이 문제 되는 이혼사건에서는 법원이 늘 묻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 배우자가 실제로 치료를 받으려 했는지
  • 상대방이 치료를 위해 어느 정도 노력했는지
  • 회복 가능성이 있었는지

이 사건에서는 적어도 원고가 치료를 위해 시도한 정황은 인정되었습니다.

폭력과 위협으로 번진 증세

1991년 7월경부터는 피고의 발작 증세가 심해졌습니다.

  • 뚜렷한 이유 없이 그릇을 원고의 얼굴을 향해 던지고
  • 칼을 찾으며 원고를 찔러 죽이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이 정도가 되면 혼인생활의 어려움을 넘어 신체적 안전의 문제가 생깁니다.
원고가 위험을 느껴 이웃에 별도의 방을 얻어 생활하면서도 생활비는 계속 피고에게 전달한 사정이 인정되었습니다.

즉, 원고는 완전히 부양을 끊고 떠난 것이 아니라,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생활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별거와 재결합 실패

피고는 1992년 3월경 원고와 상의 없이 살던 집의 임차보증금을 받아 혼자 다른 곳으로 이사했고, 시어머니에게 전화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원고는 결국 1992년 11월 이혼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피고가 더 이상 난폭하고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자, 원고는 소를 취하하고 다시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이 부분은 판결을 읽을 때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원고가 즉시 혼인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한 차례 다시 관계 회복을 시도했다는 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재결합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 동거를 다시 시작한 지 10일 만에
  • 피고가 밤에 잠을 자다 일어나 괴성을 지르며
  • 원고에게 “보기 싫으니 나가라”고 했고
  • 원고는 결국 집을 나와 이후 별거하게 되었습니다.

시어머니와 원고에 대한 폭행

이후 상황은 더 악화되었습니다.

  • 1993.1.6. 피고는 자신이 양육하던 아들을 원고가 양육해야 한다며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데려다주었습니다.
  • 그런데 같은 날 오후 다시 와서 아들을 데려가겠다고 했고,
  • 시어머니가 이를 나무라자
  • 피고는 시어머니와 원고를 주먹, 돌, 각목으로 구타했습니다.

이 지점에 이르면 혼인생활은 사실상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

이 판결의 중요한 점은, 대법원이 단순히 “배우자가 정신병 증세를 보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대법원은 질환이 이혼사유가 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적 분명하게 제시했습니다.

대법원은 부부 중 일방의 질환이 다음과 같은 상태에 이른 경우에는 민법 제840조 제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이 본 핵심 기준

  • 질환이 단순한 애정과 정성으로 간호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닐 것
  • 예후가 쉽게 예측되지 않을 것
  • 가족 구성원 전체에게 끊임없는 정신적·육체적 희생을 요구할 것
  • 경제적 형편에 비추어 큰 재정적 지출을 필요로 할 것
  • 그로 인한 다른 가족들의 고통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태에 이를 것

이 기준을 보면 법원이 질환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그 질환으로 인해 혼인공동체 전체가 감당해야 하는 부담의 정도와 회복 가능성을 보고 있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즉, 단순히 “아프다”가 아니라,

  • 그 병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 치료가 가능한지
  • 가족이 감내해야 하는 희생이 어디까지인지
  • 혼인관계를 더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를 종합적으로 따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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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반대로 배우자에게 정신병적 증세가 있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곧바로 이혼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이 본 반대 기준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상대방 배우자가 먼저 치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 증상이 가벼운 정도에 그치는 경우
  • 회복 가능성이 있는 경우
  • 적절한 치료를 통해 혼인관계 유지가 가능한 경우

이런 상황에서는 배우자는 병의 치료를 위해 보호의무를 다하여야 하는 의무가 있고, 그러한 노력 없이 단지 정신병 증세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혼인관계를 계속하기 어렵다고 바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이 부분은 실무상 매우 중요합니다.
질병이 문제 되는 사건에서는 법원이 단순히 증상의 존재만 보는 것이 아니라,

  • 병원 진단 여부
  • 치료 경과
  • 치료 거부 여부
  • 배우자의 부양·간호 노력
  • 향후 회복 가능성

을 함께 봅니다.

즉, 질환이 있다고 해서 바로 이혼이 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질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혼인을 유지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견

이 사건의 결론은 저도 알지 못합니다. (대법원에서 위 이유로 심리가 더 필요하다고 파기했고, 파기환송심의 판결문은 공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만 보면 원고가 혼인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웠던 사정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직장생활이 무너졌고, 신체적 위협이 있었으며, 시어머니와 자녀 문제까지 혼란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법원이 지적한 부분도 분명 일리가 있습니다. 배우자의 이상행동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이혼을 인정해 버리면, 정작 배우자의 도움이 가장 절실 할 때 혼인에 따르는 의무를 다하지 않는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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