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은 예전에는 막연히 “장래의 기대이익”처럼 취급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대법원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도 이혼 시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뒤, 각 연금법에 분할연금 제도가 차례로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현재 실무에서는 “연금도 나눌 수 있나요?”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언제까지, 어느 범위까지 나눌 수 있나요?”가 핵심 질문이 되었습니다.
다만 연금은 일반 예금이나 부동산처럼 단순히 반반 나누는 문제가 아닙니다. 혼인기간과 가입기간의 겹치는 부분만 대상이 되고, 법에 따라 직접 공단에 청구하는 경우도 있으며, 반대로 이혼소송에서 일시금처럼 평가해 재산분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조정조서의 청산조항이 있어도 연금분할이 가능한지, 공무원연금은 퇴직연금과 퇴직수당을 어떻게 다르게 봐야 하는지, 청구기간과 연령 제한은 어떠한지도 자주 문제됩니다. 아래에서 실무 흐름에 맞춰 정리하겠습니다.

목차
연금도 재산분할 대상입니다
이혼 시 재산분할은 현재 보유한 재산만이 아니라, 혼인 중 형성된 경제적 가치를 함께 청산하는 절차입니다.
이 관점에서 연금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기본 원칙
각 연금법은 공통적으로 다음 구조를 취합니다.
- 배우자의 가입기간 전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 그중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부분만 대상이 되고
- 그 금액을 원칙적으로 균등하게 나눕니다
즉, 실무적으로는 아래 계산 구조를 떠올리면 됩니다.
- 연금액 전체
- 그중 가입기간 중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비율
- 그 해당분을 원칙적으로 5:5 분할
그래서 연금분할은 흔히
“혼인기간이 연금 적립기간에서 차지하는 몫만큼 나눈다”고 설명합니다.
국민연금
국민연금은 이혼사건에서 가장 자주 문제되는 연금 중 하나입니다.
국민연금법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전 배우자의 노령연금 중 혼인기간 해당분을 나누어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분할의 기본 요건
국민연금법 제64조에 따르면 다음 요건이 필요합니다. (단 아래 내용 중 연령 부분은 연금수급연령 변경에 따라 달라 질 수 있습니다.)
-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일 것
- 이혼하였을 것
- 전 배우자가 노령연금 수급권자일 것
- 청구하는 사람이 60세가 되었을 것
- 요건을 모두 갖춘 때부터 5년 이내 청구할 것
그리고 분할연금액은
- 전 배우자의 노령연금액 중
-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부분
- 그 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입니다.
즉, 단순히 오래 결혼했다고 해서 연금 전체를 나누는 것이 아닙니다.
법이 보는 것은 가입기간 중 실제 혼인생활이 유지된 기간입니다.
별거·가출 기간은 제외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법은 혼인기간을 계산할 때,
- 단순히 혼인신고일부터 이혼일까지를 기계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 별거, 가출 등으로 실질적 혼인관계가 없었던 기간은 제외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실무에서 꽤 중요합니다.
법은 서류상 결혼생활보다 실질적인 혼인공동체를 더 봅니다.
조정조서에 “향후 청구하지 않는다”가 있어도 국민연금 분할은 가능한가
이 쟁점은 정말 많이 다툽니다.
이혼사건이 조정으로 끝나면 보통 조정조서에
- “향후 일체의 재산분할 청구를 하지 않는다”
- “민형사상 어떤 청구도 하지 않는다”
같은 이른바 청산조항이 들어갑니다.
일반 민사사건에서는 이런 조항이 있으면 관련 청구가 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국민연금 분할청구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대법원은 국민연금법상 분할연금 수급권은 민법상 일반 재산분할청구권과 구별되는 법정 권리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향후 청구하지 않는다”는 문구만으로는, 곧바로 분할연금 포기까지 인정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입장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8두65088 판결은 다음 취지입니다.
- 연금분할 비율 등을 달리 정하려면 명시적인 합의가 있거나
- 법원이 그와 같이 별도로 결정한 사실이 분명히 드러나야 합니다
즉, 협의서나 조정조서에 연금의 분할비율이나 포기 여부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 않다면 단순 청산조항만으로는 분할연금 수급권을 포기했다고 쉽게 볼 수 없습니다.
단, 조정에 이르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연금에 대해 예상했거나 예상할 수 있었다면 청산조항이 효력을 발휘하였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어떻게 써야 하나
반대로 말하면, 정말로 연금분할을 하지 않기로 정하려면 문구가 명확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취지입니다.
- “국민연금 분할연금 수급권은 피고에게 귀속하지 않는다”
- “원고는 국민연금 분할청구를 하지 않기로 한다”
- “연금 분할비율은 법정 비율과 달리 정한다”
즉, 연금은 연금대로 따로 써야 합니다. “향후 재산분할 청구 안 함” 한 줄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공무원연금: 연금으로 나눌 수도 있고, 일시금처럼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보다 구조가 조금 더 복잡합니다.
왜냐하면 단순히 분할연금 제도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민법상 재산분할 소송에서 일시금처럼 평가하여 분할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는 아직 퇴직 전 혹은 퇴직 뒤에도 일시금 청구가 가능한 경우에 한정되는 사례입니다. 일시금 청구권이 상실되었다면 이 부분은 논해질 여지가 없습니다.)
공무원 퇴직 관련 급여 중 재산분할 대상
공무원 급여 중 퇴직과 관련해 재산분할 대상이 문제되는 것은 주로 아래입니다.
퇴직급여
- 퇴직연금
- 퇴직연금일시금
- 퇴직연금공제일시금
- 퇴직일시금
퇴직수당
공무원연금법상 분할연금의 기본 요건
공무원연금법 제45조는 대체로 국민연금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혼인기간 5년 이상
- 전 배우자와 이혼하였을 것
- 전 배우자가 퇴직연금 또는 조기퇴직연금 수급권자일 것
- 청구하는 사람이 65세가 되었을 것
- 요건을 모두 갖춘 때부터 3년 이내 청구할 것(요건 충족 시점으로부터 3년, 일시금은 일시금 청구일로부터 3년)
분할연금액 역시
- 전 배우자의 퇴직연금액 또는 조기퇴직연금액 중
-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부분
- 그 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입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혼인기간 전부가 아니라 공무원 재직기간 중 혼인기간만 봅니다.
재산분할 소송에서 공무원 퇴직연금을 일시금처럼 계산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공무원연금을 단순히 “나중에 공단에서 나눠 받는 연금”으로만 보지 않고, 현재 가치로 환산하여 적극재산에 포함시켜 분할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실무에서는 두 가지 길이 가능합니다.
| 방식 | 설명 |
|---|---|
| 법정 분할연금 청구 | 요건 충족 후 공단에 직접 청구 |
| 재산분할 소송에서 일시금 평가 | 연금의 현재 가치를 산정해 다른 재산과 함께 분할 |
일반적으로는 연금으로 계속 받는 방식이 총액 면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 분할을 청구하는 배우자가 고령이고
- 장기간 기다리는 것보다
- 지금 재산분할에서 일시금 형태로 반영받는 것이 실익이 큰 경우
이런 경우에는 연금의 현재 가치를 산정해 적극재산에 포함시키는 방식이 유리할 여지도 있습니다. 자신의 상황을 고려하여 방법을 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공무원 퇴직수당은 별도로 계산해야 합니다
여기서 많이 놓치는 부분이 퇴직수당입니다. 퇴직수당은 공무원연금법상 분할연금 규정의 직접 대상이 아닙니다.
왜 별도로 보나
퇴직수당은 퇴직연금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퇴직수당은 공단에 분할연금처럼 청구하는 구조가 아니라,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분할합니다.
-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 그 시점에 퇴직한다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 퇴직수당 상당액 채권을 적극재산에 포함
공무원연금 분할 실무상 다툼
1. 분할연금 조항 신설 전 이혼한 경우
공무원연금법상 분할연금 제도가 생기기 전에 이미 이혼한 사람은 그 조항을 소급해서 적용받을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8두32200 판결은 2016. 1. 1. 전에 이미 이혼한 사람은 공무원연금법상 분할연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2. 법에서 정한 수급연령 이전에는 받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재산분할 조정에서 공무원연금에 대해 1/2을 양도한다는 취지의 합의를 한 경우, 상대방은 연금 수급 연령에 달했는데(가령 66세) 청구권자는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한 경우(가령 56세), 과연 56세의 청구권자는 받을 수 있을까요.
대법원 2019. 11. 15. 선고 2018두35155 판결은 공무원연금법상 수급 연령 제한을 넘어서 60세 이전 분할연금 수급을 허용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즉, 재산분할 합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연금법상 수급 요건을 우회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군인연금도 분할 규정이 마련되었습니다
군인연금도 한동안 입법 정비가 늦었지만, 2020년 6월부터 분할 관련 규정이 마련되었습니다.
핵심 구조는 역시 비슷합니다.
- 혼인기간 중 형성된 연금 상당 부분만 대상
- 원칙적으로 균등 분할
- 법정 요건 충족 후 직접 청구 가능
실무상 정리: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나
연금 재산분할은 결국 아래 순서로 검토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1. 먼저 어떤 연금인지 확인
- 국민연금
- 공무원연금
- 군인연금
- 퇴직수당인지, 퇴직연금인지도 구분
2. 법정 분할청구가 가능한지 확인
- 혼인기간 5년 요건
- 상대방이 실제 수급권자인지
- 청구기간이 지나지 않았는지 (선청구시 )
3. 조정조서나 협의서 문구 확인
- 단순 청산조항인지
- 연금 포기나 분할비율 변경이 명시되어 있는지
4. 일시금 지급 가능한 연금은 법정 분할이 아니라 재산분할 소송상 현재가치 평가가 유리한지 검토
- 고령 여부
- 다른 재산과의 균형
- 즉시 현금화 필요성
- 장래 수령 총액과 현재 수익 비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