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하면서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부동산을 나눌 때, 그 부동산에 세입자가 있다면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무도 얽히게 됩니다. 건물이나 아파트의 명의를 한 사람이 가져가기로 했다면, 나중에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빚(채무) 역시 소유권을 가져간 사람이 무조건 떠안게 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부동산의 종류와 주택임대차보호법 적용 여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소유권과 채무는 별개로 움직이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판결(96므912)을 통해 이혼 시 임대차보증금 채무의 재산분할 기준을 명확히 살펴보겠습니다.

목차
사건의 핵심: 원심 법원의 단순한 계산법과 대법원의 제동
이혼 재산분할 소송에서 원심(2심) 법원은 부부의 재산을 현물로 나누면서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 아내(원고)에게 A 부동산(시가 약 5억 2천만 원)의 소유권을 넘겨준다.
- 동시에 A 부동산에 걸려 있는 남편 명의의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무(약 3억 7천만 원)도 아내가 함께 떠안는다.
- 남편(피고)에게는 B 부동산(시가 약 6억 2천만 원)을 귀속시키고, 재산 차액을 별도로 현금 정산한다.
언뜻 보면 자산에서 빚을 뺀 순자산 가치로 계산하여 공평하게 나눈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판결을 잘못되었다며 파기 환송했습니다. 법원이 ‘부동산 소유권 이전’과 ‘임차인에 대한 빚(채무) 이전’을 너무 쉽게 동일시했기 때문입니다.
법원의 판단: 소유권을 가져온다고 빚까지 자동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부부 사이에서 “네가 건물을 가지는 대신 세입자 보증금도 네가 갚아라”라고 합의하거나 판결을 내리는 것은 부부 내부의 정산(재산분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하는 세입자(제3자)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대법원은 임대차보증금 채무가 누구에게 넘어가는지에 대해 두 가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1. 원칙: 일반 부동산은 소유권 이전과 보증금 채무 인수가 별개
일반 상가 건물 등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 부동산이라면, 재산분할 판결로 소유권이 아내에게 넘어갔다고 해서 남편이 임차인과 맺은 보증금 채무가 자동으로 아내에게 넘어가는(면책적 채무인수) 것은 아닙니다.
채권자(세입자)의 동의 없이 채무자(보증금을 돌려줄 사람)를 법원 마음대로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법원이 이를 강제한다면, 자력이 없는 배우자에게 소유권과 채무가 넘어갔을 때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일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경우 남편은 여전히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법적 책임을 집니다.
2. 예외: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주거용 건물
반면, 해당 부동산이 아파트나 빌라 같은 주거용 건물이고 세입자가 전입신고 등을 마쳐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상황이라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임차주택의 양수인(소유권을 넘겨받은 사람)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는 강력한 법률 규정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혼 재산분할로 아내가 집의 소유권을 가져오게 되면, 법률의 규정에 따라 아내가 새로운 임대인이 되며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도 자동으로 아내에게 넘어갑니다. 이 과정에서는 세입자의 동의나 별도의 통지 절차가 필요 없습니다.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깬 이유는, 원심 법원이 A 부동산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주거용 건물인지 확인조차 하지 않고 무턱대고 아내에게 보증금 채무를 떠넘겼기 때문입니다. (만약 주택임대차보호법 적용을 받으면 원심 판결대로 분할하면 될테지만, 그렇지 않은 부동산이라면 남편쪽이 여전히 채무를 부담하게 되어 부당하게 불리한 재산분할이 되버립니다.)
내부적 정산과 외부적 채무를 구별해야 합니다
재산분할 재판표에서 순자산을 계산하기 위해 보증금 채무를 빼고 계산(가액 분할)하는 것과, 실제로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법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특히 상가 건물처럼 주임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 소유권을 넘겨주더라도 내 명의로 된 보증금 채무 책임이 남아있을 수 있으므로 준비서면 작성이나 조정 합의 시 이를 명확히 정리해야 합니다.
마무리
부동산을 나눌 때는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시세’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집에 엮여 있는 세입자의 임대차보증금 채무를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가 이혼 후의 경제적 부담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상가인지 주택인지, 내 명의로 계약을 맺은 것인지에 따라 채권자(임차인)와의 법적 관계가 완전히 달라지므로, 소송 단계부터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관련 법리를 정확히 분석하여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이혼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해드립니다.
관련 글 읽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