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혼인 기간 중 식당, 카페, 학원 등 자영업을 운영했다면 이혼 시 그 사업체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됩니다. 이때 가장 다툼이 치열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권리금’입니다.
장사가 잘되는 목 좋은 상가를 넘기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권리금을 받을 수 있으니, 당연히 현재 영업 중인 가게의 권리금 가치도 계산해서 절반을 나누어 달라고 요구하게 됩니다.
원칙적으로 상가의 권리금은 이혼 재산분할 대상이 맞습니다. 하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권리금을 재산적 가치로 인정받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심지어 법원이 지정한 감정평가사의 감정 결과가 있어도 배척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대법원과 하급심 판례를 통해 구체적인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대법원 1993. 12. 28. 선고 93므409 판결 [이혼및재산분할등] 므409 판결

목차
권리금과 영업권, 법원은 어떻게 구분할까?
권리금이란 상가 건물의 영업시설,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또는 상가 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양도하거나 이용하게 하는 대가로 받는 돈을 말합니다.
법원은 이혼 재산분할에서 권리금을 다룰 때, 눈에 보이는 상가 점포의 가치(권리금)와 그 안에서 굴러가는 ‘영업 자체의 장래 수익(영업권)’을 엄격히 구분합니다.
1. 상가를 떠난 ‘영업권’은 따로 분할하지 않는다 (대법원 93므409)
어느 부부가 시장 점포에서 의류 판매업을 했습니다. 이혼 소송에서 2심 법원은 시장 점포의 영업권 가치를 6,000만 원으로 평가한 뒤, 여기에 덧붙여 장래 24개월 동안 벌어들일 순수입까지 별도로 계산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잘못되었다며 파기했습니다.
장사가 잘되어 얻는 초과 수익 가치(무형의 재산적 가치)는 이미 6,000만 원이라는 점포 권리금 평가액에 전부 포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점포라는 공간을 떠나서 허공에 존재하는 ‘A 브랜드 의류 판매업’이라는 별개의 영업권 가치를 이중으로 계산해서 나눌 수는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2. 부동산 시가 외에 장래의 ‘임대 수익’도 나눌 수 없다
비슷한 논리로, 부부가 임대용 상가(건물)를 소유하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재산분할을 할 때는 그 상가 건물의 ‘현재 시가(소유권 가치)’만을 평가해서 나누면 됩니다. 앞으로 그 상가에서 매달 들어올 장래의 월세(임대 수익)를 미리 계산해서 수천만 원을 더 얹어 재산분할 액수에 포함할 수는 없습니다. 장래 수익은 소유권을 가진 사람이 누릴 미래의 과실일 뿐, 현재 분할해야 할 공동재산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백화점 입점 매장의 권리금은 인정될까?
길거리 상가가 아니라 유명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 입점해 수수료를 내고 장사하는 형태(특정매입 방식)는 어떨까요?
이 경우 대법원은 영업권(권리금)의 재산적 가치를 아예 부인했습니다.
이유는 백화점 영업 방식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 백화점 매장은 임대보증금이 없고, 제3자에게 마음대로 매장을 팔아넘길(양도할) 수도 없습니다.
-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지만, 백화점 측의 요구가 있으면 언제든 철수해야 하는 불안정한 지위입니다.
결국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팔 수 있는 독립적인 재산권이 아니므로, 이혼 재산분할 시 월 매출액을 근거로 권리금을 계산해 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감정평가까지 했는데 권리금이 0원이 된 이유 (부산가정법원 사례)
권리금 분쟁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경우는, 큰돈을 들여 법원에 감정평가를 신청해 권리금 액수를 산정받았음에도 판사가 이를 인정해주지 않는 상황입니다.
부산가정법원(2019르21396) 사건에서, 감정평가사는 영업 중인 가게의 바닥 권리금과 영업 권리금을 수천만 원으로 감정해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에어컨, 냉장고 등 눈에 보이는 ‘시설 권리금’만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하고, 나머지 무형의 권리금은 모두 0원으로 배척했습니다. 그 이유는 실무적으로 매우 뼈아픕니다.
- 실제 거래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혼 소송 도중 사실상 영업을 중단할 위기였고, 실제로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넘겨 권리금을 손에 쥘 가능성이 안 보였습니다.
- 감정 결과의 신뢰성 부족: 상가 권리금 감정은 도입된 지 얼마 안 된 특수한 분야라 기준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불과 1~2년 치 영업이익을 근거로 향후 5년 치 수익을 뻥튀기해 추정하거나, 임의의 가중치를 적용한 감정평가 방식을 법원은 믿지 못했습니다.
- 상권의 쇠퇴: 주변에 재개발이 진행되어 유동 인구가 줄고 공실이 넘쳐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감정서에 적힌 장밋빛 권리금은 가상의 숫자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권리금이 인정된 사례의 공통점은?
반대로 권리금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울가정법원(2005드합11220) 사건에서는 노량진 수산시장의 목 좋은 판매 자리에 대해 7,000만 원의 권리금이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이처럼 권리금이 인정되려면,
- 해당 업계나 상권에서 실제로 권리금을 주고받는 거래 관행이 명확하게 존재해야 하고,
- 이혼 소송 당시에도 그 가게가 안정적인 수익을 내며 제3자에게 양도할 객관적 가치가 뚜렷해야 합니다.
- 또한, 상대방이 그 권리금의 액수나 존재를 치열하게 다투지 않았을 때 판결문에 그대로 인용될 확률이 높습니다.

실무상 의미 (전략적 접근)
이혼 시 사업체나 상가를 나누어야 한다면, 무작정 “권리금 감정평가부터 하자”고 덤비는 것은 위험합니다. 수백만 원의 감정 비용만 날리고 권리금은 0원이 될 수 있습니다.
1. 시설물과 보증금부터 확실히 챙겨라
불확실한 무형의 영업 권리금에 매달리기보다, 임대차보증금과 실존하는 인테리어, 기계장비 등 ‘시설 권리금’의 가치를 정확히 산정해 분할 목록에 올리는 것이 우선입니다.
2. 개인사업체의 종합적인 가치 평가가 핵심이다
권리금을 떼어서 주장하기 어렵다면, 가게 통장으로 들어온 그동안의 영업 이익과 자산을 바탕으로 해당 개인사업체 자체의 종합적인 재산 가치를 묶어서 평가받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3. 기여도 방어나 공격의 카드로 활용하라
상대방이 운영하는 가게의 권리금을 현금으로 받아내기 어렵다면, 반대로 “저 가게에서 나오는 수익이 저렇게 큰데, 내가 내조하며 기여했다”는 점을 강조하여 전체 재산분할의 기여도 비율을 높이는(가령 내 몫을 40%에서 50%로 올리는) 간접적인 무기로 사용하는 것이 훨씬 영리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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