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중 한 사람 명의의 상가나 건물에서 다른 배우자가 장사(사업)를 하는 경우는 흔합니다. 그런데 부부 사이가 나빠져 별거를 하거나 이혼 소송 중임에도, 상대방이 내 건물에서 계속 영업을 하며 나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건물주인 배우자 입장에서는 “혼인관계가 파탄 났으니 별거 시점부터 계산해서 밀린 월세(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를 다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싶을 것입니다. 반면 영업을 하던 배우자는 “이혼 재산분할에서 다 정산된 것 아니냐”며 버틸 수 있습니다.
이혼 재산분할 소송과 일반 민사 소송(부당이득반환)이 묘하게 얽힌 이 쟁점에 대해, 법원은 ‘이혼 재판이 끝난 시점(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명확한 선을 그어 판단했습니다.

목차
사실 관계
- 아내의 건물, 남편의 병원: 아내는 친정아버지로부터 건물을 증여받았고(아내 명의), 남편은 그 건물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했습니다.
- 별거와 이혼 소송: 2008년 10월부터 부부는 별거에 들어갔고, 이혼 소송이 진행되었습니다. 재산분할 결과, 해당 건물은 아내의 소유로 확정하되 전체 재산은 아내 60%, 남편 40%로 나누라는 판결이 났습니다.
- 늦은 퇴거: 남편은 이혼 소송이 완전히 끝난 후에도 5개월이나 더 병원을 운영하다가 2012년 10월에야 건물을 비워주었습니다.
- 아내의 소송 제기: 아내는 “별거를 시작한 2008년 11월부터 건물을 비워준 2012년 10월까지 약 4년간의 월세(부당이득)를 내라”며 남편을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의 판단 1: 건물이 아내의 ‘특유재산’이 맞는가?
남편은 월세를 낼 수 없다고 버티며, “건물 명의만 아내일 뿐, 병원 수입으로 증여세도 내고 리모델링 공사비도 댔으니 이 건물은 실질적인 부부 공동재산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배척하고 해당 건물을 아내의 고유한 ‘특유재산’으로 인정했습니다.
- 명의가 아내로 되어 있고,
- 친정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것이 명백하며,
- 남편의 병원 수입으로 세금이나 유지비를 일부 냈다는 사정만으로는 아버지가 사위(남편)에게까지 건물을 주려 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즉, “남의 건물(아내 특유재산)에서 남편이 공짜로 장사한 것”이라는 기본 전제가 성립된 것입니다.
법원의 판단 2: 밀린 월세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줘야 할까?
남의 건물을 공짜로 썼으니 남편이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문제는 ‘언제부터 발생한 월세’를 돌려줘야 하느냐입니다.
법원은 이혼 소송에서 증거 제출과 변론이 마무리되는 날인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전과 후를 엄격하게 나누었습니다.
① 별거 시작일 ~ 이혼 재판(변론) 종결일까지: “월세 안 줘도 된다”
아내는 별거 시작 시점부터 월세를 달라고 했지만, 법원은 이 기간의 월세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남편이 아내의 건물에서 무상으로 병원을 운영하며 얻은 이익과 그로 인한 재산 상태는, 이미 앞서 진행된 ‘이혼 재산분할 소송(60:40 비율 산정)’에서 법원이 전체 재산을 계산할 때 모두 뭉뚱그려 참작(반영)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재산분할에서 계산이 끝난 기간에 대해 또다시 월세를 달라고 하는 것은 이중 청구라는 뜻입니다.
② 이혼 재판(변론) 종결일 ~ 건물 비워준 날까지: “월세 줘야 한다”
반면, 이혼 재판의 변론이 끝난 이후부터 남편이 건물을 비워준 5개월간의 기간은 다릅니다.
이 기간에 남편이 건물을 무단으로 사용하며 얻은 이익은 앞선 이혼 재산분할 판결에 도저히 반영될 수 없었던 미래의 이익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재산분할로 정산된 적이 없으므로, 남편이 아내에게 차임(월세)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이 실무에서 주는 의미
이 사건은 이혼 당사자들이 매우 헷갈려하는 어디까지가 이혼 소송(재산분할)의 영역이고, 어디서부터가 별개의 민사 소송(부당이득)의 영역인지를 정확히 갈라준 고심 어린 판결입니다.
실무적으로 다음 세 가지를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 이혼 재판 중의 사용 이익은 재산분할에서 따져야 합니다.
배우자가 내 명의의 부동산을 깔고 앉아 있거나 장사를 하고 있다면, “월세 내놔라”라고 별도로 싸울 것이 아니라 이혼 재산분할 소송 안에서 상대방의 기여도를 깎거나 내 몫을 늘리는 주장(참작 사유)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 재산분할 산정의 커트라인은 ‘변론종결일’입니다.
판결이 선고되는 날이 아니라, 판사가 “더 이상 증거 제출과 주장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변론종결일이 모든 재산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점이 됩니다. - 이혼 소송이 끝났는데도 안 나간다면 ‘부당이득 반환 청구’가 가능합니다.
재산분할 판결이 났음에도 상대방이 내 부동산을 비워주지 않고 계속 점유한다면, 변론종결일 이후의 기간에 대해서는 명도 소송 및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민사)을 당당하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이혼 과정에서 배우자의 재산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점유하는 문제는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철저하게 ‘재산분할에서 이미 계산되었는가?’를 기준으로 금전적 권리를 판단합니다.
내 고유 재산(특유재산)을 지키면서도, 상대방이 부당하게 누린 이익을 놓치지 않으려면 소송 단계별로 주장해야 할 법리가 다릅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이혼 재산분할의 전체 구조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산분할 시 특유재산 방어와 전체 재산 산정 기준에 대한 종합 가이드는 아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