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은 이혼소송 사실심 종결시(=이혼 재판 마치는 무렵)를 기준으로 하고 이 시점을 기준으로 남아 있는 빚을 계산하면 됩니다.
그러나 이혼 소송 중 혹은 별거 상태에서 한쪽 배우자가 혼자 일해 대출금을 갚아 왔다면, 재산분할을 할 때 그 줄어든 채무를 어떻게 계산할지가 문제됩니다. 별거 후 부부 일방이 자신의 소득과 노력만으로 갚은 채무라면, 그 감소분을 곧바로 부부 공동재산의 증가로 보아 나누는 것은 부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법원도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아래에서 판결의 사실관계와 판단 이유, 그리고 실무상 의미를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목차
1. 재산분할은 보통 언제의 재산과 채무를 기준으로 정할까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먼저 재산분할의 기준 시점부터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혼 재산분할에서는 사실심 변론종결일, 즉 재판이 사실상 마무리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재산과 채무를 정리합니다. 그래서 보통은 그 시점에
- 예금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 부동산 가치가 얼마인지
- 대출금이 얼마나 줄었는지
를 기준으로 순재산을 계산합니다.
그런데 별거 이후 재판이 끝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면 문제가 생깁니다. 그 사이 한쪽 배우자가 혼자 벌어서 채무를 줄이거나 재산을 늘렸는데, 이를 아무 구별 없이 공동재산처럼 나누는 것이 과연 공정한지 의문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예외적으로, 혼인관계가 이미 사실상 파탄된 뒤의 재산 변동이 상대방의 협력과 무관하게 이루어진 것이라면 파탄 시점을 기준으로 보거나, 적어도 그 변동 경위를 별도로 따져 봅니다.
별거 이후 재산변동 전반에 대한 총론은 아래 글에서 별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별거 이후 변동된 재산, 이혼 재산분할에서 어떻게 정리될까
2. 최근 대법원 판결의 사실관계는 이랬습니다
이 글의 핵심이 되는 판결은 대법원 2024. 5. 17. 선고 2024므10721(본소), 2024므10738(반소) 판결입니다.
쟁점은 단순합니다. 별거 후 남편이 혼자 갚아 줄어든 채무를, 이혼 재산분할에서 그대로 현재 채무액 기준으로 계산해도 되는가였습니다.
사실관계의 핵심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남편은 화물차 운송업을 하기 위해 2019년 차량을 매수하면서 캐피탈 회사로부터 약 1억 8천만 원을 대출받았습니다.
- 부부는 2021년 12월경부터 별거했고, 그 무렵 사실상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습니다.
- 남편은 별거 이후에도 혼자 운송업을 계속하며 매월 대출 원리금을 상환했습니다.
- 그 결과 별거 무렵 약 1억 1천5백만 원 정도였던 채무가, 1심 판결 무렵에는 약 5천4백만 원으로 줄었습니다.
표로 보면 더 분명합니다.
| 시점 | 채무 규모 | 의미 |
|---|---|---|
| 차량 구입 당시 | 약 1억 8천만 원 | 화물차 운송업 시작을 위한 대출 |
| 별거 무렵 | 약 1억 1천5백만 원 | 파탄 시점 전후의 채무 잔액 |
| 1심 종결 무렵 | 약 5천4백만 원 | 별거 후 남편 상환이 반영된 잔액 |
이 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하나입니다.
별거 후 채무가 약 6천만 원 가까이 줄었다는 점입니다.
겉으로 보면 단순합니다.
재판이 끝날 때 빚이 5천4백만 원 남았으니, 사실심 변론종결일이라는 기준에 따라 계산하면 될 것처럼 보입니다.
3. 대법원은 왜 원심 판단을 그대로 두지 않았을까
이 사건에서 원심은 재판 종료 무렵의 남은 채무액을 기준으로 재산분할을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이 본 핵심 쟁점
대법원이 문제 삼은 부분은 바로 이것입니다.
- 줄어든 채무가 혼인 중 공동재산으로 상환된 것인지
- 상대방도 그 감소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인지
- 아니면 별거 후 한쪽이 독자적으로 일해서 갚은 것인지
이 점을 충분히 따지지 않은 채, 단순히 “재판 끝날 때 빚이 얼마 남았는가”만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부족하다는 취지입니다.
즉 대법원은 기록상 남편이 별거 후 홀로 운송업을 하며 대출금을 상환해 온 사정이 보이는데도, 원심이 그 부분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별거 후 일방의 독자적 노력으로 감소한 채무라면, 파탄 시점의 채무를 기준으로 재산분할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판결이 말하는 것
이 판결의 메시지는 꽤 선명합니다.
재산분할은 단순히 마지막 숫자를 나누는 작업이 아니라,
그 숫자가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특히 별거 후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 문제는 더 중요해집니다.
재판이 늦어진 사이 한쪽이 계속 일해서 빚을 갚았는데, 그 결과만 놓고 “순재산이 늘었으니 같이 나눈다”고 하면 형평에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이 판결이 중요한 이유는 “채무 감소”도 재산변동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재산분할이라고 하면 예금이 늘었는지, 집값이 올랐는지만 떠올립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채무가 줄어든 것도 순재산 증가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 별거 당시 채무가 1억 1천만 원
- 재판 종료 무렵 채무가 5천만 원
이라면, 외형상으로는 순재산이 6천만 원 증가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6천만 원이
- 부부가 함께 형성한 자금으로 줄어든 것인지
- 별거 후 한쪽이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며 번 돈으로 줄어든 것인지
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재산분할은 어디까지나 부부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을 나누는 제도입니다. 이미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된 뒤, 배우자 한쪽의 독자적 노력으로 이루어진 채무 감소까지 무조건 나누는 제도는 아닙니다.
5. 법원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할까
실제 사건에서는 단순히 “별거 후 갚았느냐”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법원은 채무의 성격, 상환 재원, 상대방의 기여 여부를 함께 봅니다.
1) 그 채무가 어떤 채무인지
먼저 채무 자체가 무엇인지 봅니다.
- 부부 공동생활을 위해 부담한 채무인지
- 공동재산 형성을 위한 채무인지
- 사업 운영 과정에서 생긴 채무인지
- 일방의 개인적 소비나 별도 투자로 생긴 채무인지
공동생활이나 공동재산과 관련된 채무라면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계산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채무를 누가, 어떤 재원으로 줄였는지에 따라 반영 방식은 달라집니다.
2) 상환 재원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 혼인 중 함께 형성한 예금으로 갚은 것인지
- 별거 후 본인의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으로 갚은 것인지
- 가족 지원이나 별도 자금으로 갚은 것인지
같은 채무 감소라도, 자금의 출처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3) 상대방의 실질적 협력이 있었는지
직접 돈을 보태지 않았다고 해서 항상 기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 자녀 양육을 전담했는지
- 가사 부담을 떠안아 사실상 상환에 간접 기여했는지
- 사업 유지에 간접적으로 협력했는지
즉 “내가 혼자 갚았다”는 주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왜 그것이 독자적 상환인지를 자료와 사정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6. 별거 후 홀로 갚은 대출금, 어떻게 입증해야 할까
이 문제는 법리도 중요하지만, 실제 소송에서는 증거 정리가 훨씬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말보다 계좌가 정직한 경우가 많습니다. 통장은 거짓말을 잘 못합니다.
특히 중요한 자료
- 별거 시점의 대출 잔액 확인서
- 매월 원리금 상환 내역
- 별거 후 본인의 급여명세서 또는 사업소득 자료
- 상환에 사용된 계좌의 거래내역
- 상대방이 상환에 실질적으로 협력하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자료
- 별거 시점과 파탄 시점을 보여 주는 자료
실무상 포인트
- 별거 시점 채무액이 얼마였는지 먼저 특정해야 합니다.
- 그 이후 누가 실제로 얼마를 갚았는지를 월별로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 상환 재원이 본인의 별거 후 소득이라는 점이 드러나야 합니다.
7. 비슷한 쟁점은 인출금이나 취득재산 문제에서도 반복됩니다
별거 후 재산변동 문제는 대출금 상환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아래와 같은 쟁점도 자주 함께 다투어집니다.
- 별거 전 인출금과 별거 후 인출금을 달리 보아야 하는 경우
- 별거 후 새 재산을 취득한 경우
- 장기간 별거 중 재산 형성 기여가 문제 되는 경우
관련 쟁점은 아래 글에서 따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 별거 전후 인출금 문제:
별거 전후 인출한 돈, 이혼 재산분할에서 어떻게 판단될까 - 별거 후 취득재산 문제:
별거 후 취득한 재산, 이혼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사례는 - 장기간 별거 사례:
50년 동안 별거한 부부, 재산분할은 어떻게 판단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