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을 하다 보면 “서로 이혼하겠다는 뜻이 같아졌으니 이제 부부 사이 부양의무도 끝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특히 상대방이 제기한 이혼소송에 맞서 반소까지 제기했다면, 겉으로는 혼인해소 의사가 사실상 일치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그렇게 단순하게 보지 않습니다. 이혼 의사 합치와 법률상 혼인관계의 종료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부부가 별거 중이고, 본소와 반소로 서로 이혼을 구하고 있더라도, 이혼판결이 확정되어 법률상 혼인관계가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부양의무가 계속된다고 봤습니다. 즉, 반소를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부양료 청구가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23. 3. 24.자 2022스771 결정 부양료 변경 심판청구)

목차
사건의 흐름, 어디까지 부양료를 인정할지가 문제였습니다
이 사건은 혼인관계가 오래전부터 사실상 깨져 있었고, 이혼소송도 여러 차례 이어진 사안이었습니다. 하지만 핵심 쟁점은 단순한 파탄 여부가 아니라, 부양료 지급 의무가 언제까지 계속되는지였습니다.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1999년경 청구인과 상대방이 혼인했습니다.
- 2011년 6월경부터 별거가 시작됐습니다.
- 2014년 3월경 청구인이 이혼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2016년 3월경 1심 법원은 이혼청구를 기각, 2017년 10월 항소심도 기각했습니다.
- 2018년 4월경 상대방은 청구인을 상대로 부양료 심판청구를 했고, 법원은 2018년 6월 19일부터 혼인관계 종료 시까지 매월 말일 250만 원을 부양료로 지급하라고 판단했습니다.
- 2020년 3월경 청구인이 다시 이혼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2021년 2월경 상대방도 이에 대해 이혼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 2022년 1월경 법원은 청구인의 잘못으로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며 상대방의 반소를 받아들여 이혼판결을 했고, 쌍방이 항소했습니다.
- 그런데 2022년 5월경 원심은 부양료 지급 종료 시점을 상대방의 반소 제기 시점인 2021년 2월경으로 제한했습니다.
즉, 원심은 “상대방이 반소를 제기한 시점부터는 서로 이혼 의사가 합치된 상태이므로, 그 이후에는 부양료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셈입니다.
원심은 왜 반소 제기 시점까지만 부양료를 인정했나
원심의 생각은 얼핏 보면 그럴듯합니다.
핵심 논리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부부 사이의 동거·부양·협조의무는 정상적이고 원만한 혼인생활을 전제로 한다.
- 그런데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되었고,
- 상대방도 반소로 이혼을 구했다면,
- 그 시점부터는 사실상 혼인해소 의사가 서로 일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그렇다면 더 이상 부양의무 이행을 기대하기 어렵다.
즉, 원심은 혼인관계의 실질적 파탄과 이혼 의사 합치를 중심으로 봤습니다. 법률상 서류 정리는 조금 늦어졌더라도, 부부관계는 사실상 끝났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시각은 달랐습니다. 법은 “사실상 끝난 관계”와 “법적으로 끝난 관계”를 꽤 엄격하게 구분합니다. 이 부분에서 원심과 대법원이 갈라졌습니다.
대법원 판단, 반소를 제기해도 이혼 확정 전까지는 부양의무가 남습니다
대법원 2023. 3. 24.자 2022스771 결정은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결론은 분명합니다. 이혼소송의 본소와 반소가 제기되어 서로 이혼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판결 확정 등으로 법률상 혼인관계가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부양의무가 원칙적으로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1. 부부간 부양의무는 혼인관계의 본질적 의무입니다
대법원은 먼저 부양의무의 성격부터 분명히 했습니다.
- 부부간 부양의무는 단순한 호의가 아니라
- 혼인관계에 본질적으로 수반되는 의무이고
- 부양받는 배우자의 생활을 부양의무자와 같은 정도로 보장하여
- 부부공동생활의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2. 별거 중일수록 오히려 부양 필요성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특히 이 부분을 분명히 했습니다.
- 부부가 함께 살 때보다
- 오히려 별거 중일 때 경제적으로 취약한 배우자에게 부양이 더 필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같이 살 때는 생활비가 가구 단위로 지출되지만, 별거하면 생계비가 이원화되고 경제적 약자가 더 직접적인 타격을 받습니다. 그래서 “별거 중이니 부양은 끝”이 아니라, 오히려 별거 중이라서 부양료 문제를 더 진지하게 봐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3. 민법상 혼인관계는 협의 또는 판결로만 해소됩니다
대법원은 법률혼의 종료 시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 혼인은 당사자 마음속 결심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 협의이혼의 경우에는 이혼신고 수리
- 재판상 이혼의 경우에는 판결 확정
이 있어야 법적으로 해소됩니다.
따라서,
- 서로 이혼하고 싶어 한다거나
- 반소까지 제기했다거나
- 사실상 파탄 상태라는 사정만으로는
아직 법률상 부부관계가 종료된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실제 실무에서는
- 협의이혼을 하려다 철회하는 경우도 있고
- 재판상 이혼청구를 했다가 판결 확정 전 취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이혼 의사 합치가 있다고 해도 그 상태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만큼, 법은 확정된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보는 것입니다.
재산분할이 있으니 부양료는 따로 필요 없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혼사건에서는 종종 이런 말이 나옵니다. “어차피 나중에 재산분할에서 정리되는데, 굳이 부양료까지 따로 줄 필요가 있나?”
대법원은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확정되어야 비로소 발생합니다.
- 반면 부양료는 혼인관계가 유지되는 동안의 생활보장을 위한 제도입니다.
즉, 재산분할은 “이혼 후 정산”이고, 부양료는 “이혼 전 생활보장”입니다. 시점도 다르고 기능도 다릅니다.
대법원은 재산분할에서 부양적 요소가 고려될 수는 있다고 하면서도, 이혼이 확정되기 전까지의 생활보장 문제는 별도의 부양료 심판에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쉽게 말해, 나중에 정산받을 돈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금 당장 생활비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오늘 밥값은 미래의 재산분할로 결제되지 않습니다.
반소 제기는 ‘이혼 의사 합치’일 뿐, 혼인관계의 완전한 해소는 아닙니다
대법원은 이혼 본소에 대해 반소를 제기했다는 사정은, 이혼 의사가 합치되었다는 사정에 불과할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여전히 다음과 같은 분쟁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 혼인파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 재산분할의 대상과 범위가 무엇인지
- 위자료가 인정되는지
- 양육 및 부양 문제가 어떻게 정리되는지
이런 핵심 쟁점들이 남아 있다면, 혼인이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즉, “우리 둘 다 이혼하자고 했다”는 것과 “법적으로 부부가 아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둘을 자꾸 섞어서 생각하다가 판단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아무 경우나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한 가지 한계도 분명히 했습니다. 배우자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동거를 거부하면서 상대방에게 부양료를 청구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즉, 부양료는 무조건 나오는 자동 지급 장치가 아닙니다. 다음이 중요합니다.
- 청구하는 쪽에게 정당한 별거 사유가 있는지
- 경제적으로 실제 부양 필요가 있는지
- 상대방에게 부양 능력이 있는지
- 별거와 혼인파탄에 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하지만 이 사건처럼 귀책사유 없는 배우자가 청구하는 경우라면, 쌍방이 서로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고 해도 부양료 청구가 가능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실무상 체크포인트, 이런 경우 부양료를 검토해야 합니다
이혼소송이 길어지는 사건에서는 부양료 문제를 별도로 챙겨야 합니다. 특히 아래 상황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1. 별거 중인데 소득 차이가 큰 경우
- 한쪽은 안정적 수입이 있고
- 다른 한쪽은 전업주부이거나 소득이 거의 없는 경우
→ 부양료 필요성이 커집니다.
2. 이혼소송이 장기화되는 경우
- 1심, 항소심까지 이어지면 몇 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 그동안 생활비 공백이 생기면 부양료 심판이 중요해집니다.
3. 본소 반소 모두 이혼소송 제기해도 가능
- “이제 서로 이혼하자고 하니 부양료는 안 되겠지”라고 단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 판결 확정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가능성이 있습니다.
핵심 비교 정리
이 부분은 한 번에 보이는 표로 정리하면 더 명확합니다.
| 상황 | 부양료 청구 가능성 | 핵심 이유 |
|---|---|---|
| 이혼소송 제기 전 별거 중 | 가능 | 법률상 혼인관계가 유지됨 |
| 이혼 본소 진행 중 | 가능 | 이혼 확정 전까지 부양의무 존속 |
| 상대방이 반소 제기한 경우 | 가능 | 이혼 의사 합치만으로 혼인 종료 아님 |
| 이혼판결 확정 후 | 불가 | 혼인관계 종료 |
정리
이혼소송에 대해 반소를 제기하면 겉으로는 서로 이혼 의사가 일치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곧바로 혼인관계의 종료로 보지 않습니다. 판결이 확정되거나 협의이혼 신고가 수리되어 법률상 혼인관계가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부부 사이 부양의무가 계속됩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밝힌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부부간 부양의무는 혼인관계의 본질적 의무입니다.
- 별거 중이라고 해서 곧바로 부양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 오히려 별거 중에는 부양 필요성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 반소 제기는 단지 이혼 의사 합치를 보여줄 뿐, 법률상 혼인 종료를 뜻하지 않습니다.
- 재산분할은 이혼 확정 후 문제이고, 그 전의 생활보장은 부양료로 다뤄져야 합니다.
- 다만 정당한 이유 없이 동거를 거부하는 배우자는 부양료 청구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즉, 이혼소송 중 반소를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부양료 청구가 막히지는 않습니다. 기준은 감정적 결별이 아니라, 법률상 혼인관계가 실제로 종료되었는지입니다.
부양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부양료 청구 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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